이만수 감독 “나의 영웅 이순신이 왕이 버린 역적이라니…”
지난 8월 25일 친구를 만나기 위해 서울 종로에 나갔다. 모처럼 만난 친구와 이런저런 세상 이야기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 김윤태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같이 공부하며 가깝게 지내온 친구다.
친구가 나에게 <왕이 버린 역적 이순신>을 선물했다. 지난 번에는 <박명덕 화문집>을 선물해 며칠에 걸쳐 읽었다. 친구는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시간이 나면 좋은 책을 추천하거나 선물한다.
이번에 나에게 선물한 <왕이 버린 역적 이순신>은 긴 소설이기 때문에 선뜻 읽지 않으려고 했다. 왜냐하면 장편소설은 한번 읽으면 책을 놓을 수 없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소설류는 잘 보지 않는 편이다. 내가 주로 읽는 책은 에세이나 또는 자서전이다.
다만 주제가 이순신 장군이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이순신은 어린 시절부터 나의 영웅이었다. 나같은 인간은 훌륭한 이순신 장군처럼 될 수야 없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닮고 싶고 따라하고 싶어 선수 시절부터 ‘나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에 대한 책이나 영화를 빼놓지 않고 보았다.
그래서 영화 <명량>은 정말 감동스럽게 보았다. 그 다음으로 또 한편의 영화 <한산>도 감명깊게 잘 보았다. 머지 않아 3번째로 나올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이 소설 <왕이 버린 역적 이순신>인 것 같다.
친구가 선물한 <왕이 버린 역적 이순신>은 처음에는 읽기를 망설이다가 이순신이라는 주제에 이끌려 펼쳐들었다. 그러고는 그만 그 자리에서 하루만에 다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몇 번이나 마음이 무너지고, 화가 치솟았는지 많이 힘들었다.
“이순신은 부하들이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도록 고개를 돌렸다. 볼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적 뒤에는 항상 정체 모를 진짜 적들이 숨어 있다. 적은 반드시 앞에만 있지 않다. 때때로 뒤나 옆에 있는 것이 더 무섭다.
일본군 따위야 깃발도 다르고 전선도 다르니 보기만 하면 대번 알 수 있고, 형세를 잠깐만 살펴도 그대로 들이쳐 깨부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등 뒤에 숨어 있는 저 진짜 적들은 세 치 혀로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조선의 대신들이다. 동인당, 서인당이 갈리면서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고, 거추장스럽다 싶으면 기어이 함정으로 끌어당긴다. 무슨 큰 뜻이 있어 입당하는 것도 아니고 날 때부터 동인, 서인 낙인이 딱 찍혀서 나온다. 이순신은 그냥 동인이다. 이유도 모른다. 유성룡하고 친하다니 다들 이순신은 동인이란다. 그러니 이순신도 그런가 보다 한다. 아니라고 할 수도, 그렇다고 할 수도 없다. 그냥 낙인이다.”
가슴을 치는 대목이다.
때때로 이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전혀 예상하지 않은 곳에서 오해와 모함으로 인해 정말 감당하기 힘든 삶을 살아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고난과 시련을 뚫고 앞서 나아간 이순신 장군의 삶을 생각하며 묵묵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리라. 내가 늘 의지하고 싶은 든든한 언덕이 바로, 왕으로부터, 조정으로부터 역적으로 버림받아도 꿋꿋이 자기 길을 간 이순신 장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