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국회의장 이야기②] 김진표 내정자 원내 갈등, 조정과 통합 ‘기대’

박병석 21대 국회 전반기 의장과 후반기 의장에 내정된 김진표 의원

 

김진표 의원이 제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이 되면 야당 출신 국회의장이 됩니다. 제16대 국회부터 국회의장이 당적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 국회의장이 되면 더불어민주당을 떠나야 합니다. 그렇다고 여소야대 상황이 바뀌는 건 아닙니다. 더구나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55석이나 많은 과반의석인 상황입니다.

제20대 국회도 여소야대였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의석을 갖고 있는 지금과는 달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이 되었지만 여당 새누리당과 불과 한 석 차이였고, 의석수도 과반을 한참 밑돌았습니다. 제3당 국민의당은 호남지역의 압도적 지지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껄끄러운 사이였습니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지방권력을 차지하면서 국정운영을 주도할 동력을 확보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습니다. 그렇지만 국민의힘이 국회 운영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습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치적 갈등이 자주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여야의 정치력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여소야대는 시민의 선택으로 나타난 정치현상이며, 또 처음 겪는 일도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면 여소야대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여소야대를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했던 여야의 정치력 부재가 갈등을 더 키웠던 측면이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여소야대를 불편하게 생각하거나 더불어민주당이 발목잡기로 운영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됩니다.

국회를 입법부라고 부르지만 국회가 입법기능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민의 선택으로 구성되는 국회는 ‘대표기능’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표기능을 국회가 독점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선출직은 대표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지방정부의 장들과 지방의원들도 모두 시민의 대표인 것입니다.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선출된 권력은 ‘정당성(또는 정통성 legitimacy)’을 갖게 됩니다. 합법적으로 선출되었음에도 전두환 정권은 정통성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절차는 규정에 맞게 밟았어도 계엄과 5.18 유혈진압, 삼청교육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등 온 나라가 비정상적인 공포 상태에 놓여있었기 때문입니다.

권력의 정통성을 인정받는 유일한 근거는 시민의 자유로운 선택입니다. 그런데 선거 결과에 따라 대통령의 정통성과 국회의 정통성이 부딪치는 여소야대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정통성 있는 대통령과 정통성 있는 국회가 서로 ‘민심’을 내세워 사사건건 부딪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바로 지금이 그런 상황입니다.

물론 대통령과 국회가 직접 부딪치지는 않습니다. 국회 안에서 여당과 야당의 갈등으로 나타납니다. 지금도 법사위원장을 둘러싸고 여야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국회는 시민의 대표기구로 ‘사회구성원 전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구속력 있는 규칙’을 만드는 곳입니다. 이런 입법권을 행사하기에 국회를 입법부라 부릅니다.

입법권이 존중받으려면 국회의원들이 규칙제정 과정에서는 치열하게 대립하더라도 최종결과물에 대해서는 승복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기제 가운데 하나인 다수결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여야 합의가 뒤집어지거나 존중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국회 내 갈등이 잘 관리되고 통합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국회의장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여야가 필사적으로 맞서던 이른바 검수완박법과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도입 문제 등에서 중재안 제시로 파국을 막기도 했습니다. 제21대 국회 최고령이고 박병석 의장을 빼면 최다선인 김진표 국회의장 내정자도 여대야소 상황에서 국회 안의 여야갈등과 대치를 슬기롭게 끌어가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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