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감염과 재유행②] 세계보건기구 “코로나 집단면역, 과학 근거 없다”
의료계에 종사하는 스페인의 31살 여성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된 후 불과 20일 만에 또다시 재감염 돼 가장 짧은 기간에 2번 확진된 사례로 기록됐다. 이 여성은 지난해 12월 말 델타 변이에 의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됐지만, 올 1월에 오미크론 변이에 의해 다시 코로나19에 감염됨으로써 서로 다른 2가지 변이에 감염됐다.
이 여성의 사례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되더라도, 또 백신 접종을 완료했더라도 여전히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이 사례는 오미크론 변이가 다른 변이에 의한 감염이나 백신 접종으로부터 얻은 면역력을 피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과학자들은 모든 사람들이 일생 동안 2번 이상 코로나19에 거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재감염의 이유는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이다. 새로운 변이는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돌기, spike)가 많이 바뀌기 때문에 한 번 걸려 항체가 생겨도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면 방어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백신 접종은 물론 자연 감염의 효과도 점차 감소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오미크론과 오미크론 하위 변이들의 유전자가 뒤섞여 만들어진 재조합 변이 XE와 XM 감염자가 확인됐다.
오미크론 변이의 경우 2차, 3차 접종 후 3-4개월이 지나면 감염 예방효과가 50% 이하로 떨어진다.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의 감염 예방효과도 4-6개월 정도 지속하는 데 그친다는 것이 그동안 연구 결과다. 한편 코로나19에 의한 재감염이 생겨도 기존에 형성된 면역에 의해 가볍게 앓고 지나갈 가능성이 높다. 또 재감염 중증화율(0.10%)과 사망률(0.06%)은 전체 확진자의 중증화율(0.27%), 사망률(0.12%)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결코 만만한 수준은 아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코로나19 발생 현황(4월 20일 0시 기준)은 신규 확진자 111,319명(국내 발생 111,302명), 위중증 환자 808명(전일대비 ?26명), 사망자 166명(치명률 0.13%)이다. 주간 방역 지표는 확진자는 3월5주 2,142,383명, 4월1주 1,529,422명, 4월2주 1,043,695명이며, 위중증환자는 3월5주 1,077명, 4월1주 856명, 4월2주 840명, 그리고 사망자는 3월5주 2,312명, 4월1주 2,163명, 4월2주 1,797명이다.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600만(4월23일 기준 16,830,469명)을 넘어섰다. 이 중 10-30%, 최대 500만명 정도가 ‘코로나19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이른바 ‘롱코비드(Long Covid)’에 대하여 체계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국내 최대 규모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을 운영하는 경기도 고양시 소재 명지병원이 최근 3주간 클리닉을 다녀간 환자 1000여명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1인당 코로나 후유증 증상이 1-2개인 경우 260건, 3-5개 353건, 6-9개 135건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증상은 기침으로 전체 증상 진단 2696건 중 826건(31%)을 차지했다. 그리고 전신 쇠약 349건, 기관지염 256건, 호흡 이상 233건, 식도염 212건, 위염 193건, 가래 이상 186건, 비염 154건, 코감기 86건, 갑상선 장애 82건, 두통 48건, 가슴 통증 21건, 폐렴 21건, 피로증후군 19건 순이었다.
조사 대상 중 격리 해제 후 한 달 이내 병원을 찾았던 환자는 86%였으며, 그중 10일 이내 내원한 환자가 42%였다. 한 달 지나서 내원한 환자는 14%였다. 후유증 클리닉에 오면 문진표를 작성한 다음 심장, 폐, 간(肝)기능, 신(腎)기능, 염증 수치 등 기본적인 검사를 한다. 이후 각 전문과 관리가 필요해 보이는 소견이 관찰되면 협진을 의뢰한다. 검사에서 큰 이상 소견이 없으면 염증 해소제, 해열제, 소화 개선제 등 약물 치료를 한다.
병원에서 가장 심각하게 보고 있는 코로나 후유증은 폐섬유증(肺纖維症, pulmonary fibrosis) 등 호흡기계 합병증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대부분 3-4일 정도 악화 과정을 거쳤다가 증상이 호전된다. 조직 손상이 심했던 환자는 회복 과정에서 정상 호흡기 세포가 아닌 섬유화된 세포로 대체된다. 이는 폐섬유증을 의미하며, 폐 기능 저하를 유발하여 장기간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이전 단계에서 증상을 미리 잡아내고 예방적 치료를 하여야 한다.
방역 당국은 지난해 상반기에 “백신 접종 70%를 달성하면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 바 있다. 하지만 하반기 전염력과 치명률이 강한 델타 변이가 출현하면서 무색해 졌고, 백신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지나 하향세로 접어들자 정부 내에서 또다시 ‘집단면역’이란 표현이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에 대한 집단면역이 생긴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집단면역이라는 개념은 코로나 유행에 있어서는 허상에 가까워 바이러스 변이가 나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한다. 전 국민의 약 40% 이상이 감염된 프랑스의 경우,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또다시 하루 10만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유행세가 반등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에 즈음하여 방역 당국에서 권고하는 생활 속에서 지켜야 하는 7대 방역수칙은 (1)60세 이상 고위험군은 4차 접종, (2)마스크 쓰기(밀집도 높은 장소에서 KF80 이상 착용), (3)기침은 옷소매에, (4)하루 3회 환기, (5)사적 모임 규모와 시간 최소화, (6)아프면 검사 받고 집에서 쉬기, (7)고령자 등 고위험군과 접촉 최소화하기 등이다.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은 ‘위드 코로나(With Corona)’를 거쳐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될 때 까지는 방역 당국이 권고하는 개인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차 접종 후 4개월이 지난 60세 이상 고령층은 4차 접종을 맞는 게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