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묵상] 지혜란?···이웃의 말 못할 속사정 헤아려 주는 것
이때까지 해봤던 일들 중에서 어떤 일이 가장 힘드셨나요? 남자 어른들 사이에서 힘들었던 일의 대명사처럼 회자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군대에서 삽질 했던 일입니다. 사람들이 삽질이라는 표현을 대부분 ‘헛일’이라는 의미에서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인생에 힘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왜 해야 하는지 모른 채 그냥 해야 하는 일만큼 힘든 일도 없는 것이죠. 일 하는데 있어서 의미와 목적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의미있는 일이라면 사람들은 웬만한 어려움은 다 감내합니다. 일 자체의 난이도보다 의미의 명료함이 훨씬 중요한 것이죠.
그런데 아무리 의미있는 일도 하다 보면 지칠 때가 있습니다.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건 아닌데 그냥 힘이 드는 것입니다. 솔로몬 시절에 많은 사람들이 성전을 건축하는 일에 동원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전을 만드는 일, 이스라엘 민족으로서는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었습니다.
가치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성전이 건축되는 동안 잡음 하나 없었습니다. 철 연장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정이 더 복잡하고 어려워졌는데도 사람들은 그 일을 불평없이 묵묵히 해냈습니다. 하지만 백성들이 르호보암 앞에서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 일을 하면서 힘이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열왕기상 12장 4절입니다. “왕의 아버지가 우리의 멍에를 무겁게 하였으나 왕은 이제 왕의 아버지가 우리에게 시킨 고역과 메운 무거운 멍에를 가볍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우리가 왕을 섬기겠나이다”
백성들은 성전을 건축하며 힘이 들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을 위한 일이었지만 힘이 드는 건 힘이 드는 겁니다. 위대한 역사를 그르치게 될까봐 차마 말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사랑을 하다가도, 정의를 위해 싸우다가도, 가족을 위해 일하다가도, 아이를 위한 일이라도, 교회 일을 하다가도, 대의와 명분이 분명한 일을 하다가도, 설레는 맘으로 시작한 일이라도 힘에 부칠 때가 있습니다. 말을 하지 않을 뿐입니다.
그렇게 남 모를 속사정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힘들다고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아주 많이 참았다가 말을 하는 것입니다.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얘기를 꺼내는 것입니다. 본인도 그 일이 어떤 의미의 일인지 알기 때문에 힘들다고 말하는 것조차 힘이 드는 것이죠. 그렇게 말할 때는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힘이 든다는 얘기입니다.
백성들이 왕 앞에서 어렵사리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르호보암이 조금만 들어주었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석문섭 목사의 오디오 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