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묵상] 멈추어 서서 나를 천천히 바라보다

맑고 푸른 봄날, 잠시 멈추어 서서 나의 그림자와 대화해 보자. 그리고 돌아서서 천천히 걸으며 하늘을 바라보자. 큰 숨 들이키며 

날씨가 포근해지고 꽃이 피기 시작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겨울의 냉기가 서서히 물러가고 따뜻한 봄이 오면 많은 사람들이 나들이를 갑니다. ‘봄나들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죠. 계절마다 나름대로의 정취가 있지만 봄만큼 나들이 가기 좋은 때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5월에는 나들이 계획이 좀 있으신가요?

지금으로부터 3,000년 전 고대근동을 살았던 사람들은 봄이 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요즘 사람들처럼 따스한 봄을 만끽하고자 하는 나름의 문화들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열왕기나 역대기를 읽다 보면 그 당시 사람들이 봄에 주로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있는 구절이 있습니다. 역대상 20장 1절입니다. “해가 바뀌어 왕들이 출전할 때가 되매” 사무엘하 11장 1절에도 “그 해가 돌아와 왕들이 출전할 때가 되매”

고대근동 사람들은 봄이 오면 ‘전쟁하기 딱 좋은 날이구만’ 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어느 한 쪽이 조약을 깼다거나 먼저 싸움을 걸어왔다거나 하는 것도 전쟁의 이유였지만, 그런 이유가 없더라도 봄이 되면 다들 약속이나 한듯 으레 전쟁 준비를 했습니다. 마치 해마다 야구 시즌이 돌아오듯 전쟁 시즌이 돌아오는 것이죠.

이처럼 인류 역사에는 전쟁이 일상인 시대가 있었습니다. 다윗은 그런 시대를 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일상이 전쟁인 시대를 삽니다. 손에 총 칼만 안들었다 뿐이지 각자가 나름대로 치르고 있는 치열한 전투가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생업의 현장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이 사람과 저 사람 사이에서, 선교지에서, 병상에서, 책상 앞에서, 모니터 앞에서, 길 위에서 치열한 하루를 삽니다.

전쟁이 일상인 시대에는 무엇과 싸워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가 분명했지만 일상이 전쟁인 이 시대는 내가 무엇과 싸우는지 왜 이렇게 치열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할 때도 많습니다. 요압이 치렀던 전쟁은 적군과 아군이 분명한 전쟁이었지만 오늘날 우리가 치르는 전쟁은 누가 적이고 누가 내 편인지 가늠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자칫하면 목적도 의미도 사람도 놓친채 치열함만 남기 일수입니다.

잠깐 멈추어 서서 나의 치열함을 천천히 돌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오늘도 세상이란 전쟁터 어느 지점에서 전투 중에 있을 그리스도의 군사들에게 하나님이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석문섭 목사의 오디오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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