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산 김일훈⑥] 운룡雲龍 “죽어가는 사람 살려 덕을 쌓으니…”

‘운룡'(김일훈)은 오색구름과 봉황, 신룡의 꿈을 통해 점지 받은 아이라 해서, 조부 김면섭은 처음에 이름을 ‘운봉’이라 불렀다가, 이내 ‘운룡雲龍’으로 고쳐 불렀다.


인산 죽염으로 잘 알려진 인산 김일훈(1909~1992) 선생은 각종 암치료 신약을 발명하다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해방 후에는 독창적인 한방 암치료를 설파하며 난치병 환자를 평생 치료했다. 선생은 만성 질환으로 병원을 들락거리는 일이 없는 세상, 육신이 파괴되는 질병의 고통이 사라지는 세상, 암 환자 발생이 1%대로 낮춰지는 세상, 80대 노인들이 20대 청년들과 함께 일하며 낙원을 만드는 꿈. 이는 선생과 셋째 며느리로 인산 김일훈 문하에서 선생의 묘수, 비법을 전수받은 최은아 한의학박사의 바램이다. <아시아엔>은 최은아 박사가 쓴 <인산 김일훈 선생 전기 의황(醫皇)을 연재한다. 독자들의 애독과 건강 증진에 보탬 되길 바란다. <편집자>

김만득은 운룡의 조부 김면섭이 지켜보는 가운데 먹을 갈아 심상에 맺힌 운룡 아기의 평생에 대해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4언(言) 1백 구(句)에 이르는 긴 시(詩)였다.

雁行八九(기러기 여덟 아홉 마리 날아가다가)
一雁獨飛(그중 하나가 행렬을 벗어났네.)
<중략>

半萬史中(반만년을 이어온 역사의 땅에)
天降彌勒(하늘이 내려 보낸 미륵이로구나.)
塵土佛生(티끌 가득한 세상에 부처 오셨으나)
識者其誰(알아보는 이 그 누구이겠는가?)
<중략>

每逢三災(겹치는 재난을 만나니)
堂上有憂(어버이 근심이 깊도다.)
<중략>

驛馬得祿(떠돌아다님에 녹이 있으니)
離鄕大吉(고향을 떠나면 크게 길함이 있도다.)
<중략>

靑山夜月(깊은 산속에서 달빛을 바라보며)
杜鵑作伴(소쩍새 울음을 벗 삼는도다.)
<중략>

左右財星(좌우에 재성이 옹위하니)
書中有祿(글 가운데 녹이 있도다.)
<중략>

庭蘭之實(뜨락의 난초가 열매를 맺으니)
其實五六(그 열매는 다섯 또는 여섯일레라.)
<중략>

活人有德(죽어가는 사람을 살려 덕을 쌓으니)
龍門貴客(세상에 온 귀한 존재로다.)
<중략>

龍樹開花(용수 나무에 꽃이 피어)
東方瑞光(동방에 상서로운 빛을 뿌리도다.)
<중략>

九十之年(아흔 살에 이르러)
玉輪朝天(옥수레를 타고 하늘나라에 가리라.)
<중략>

慈悲得道(자비로써 도를 얻어)
名傳千秋(그 이름 두고두고 전하리라.)

<이하 생략>

새생명의 탄생으로 활기 넘치는 집안을 뒤로 하고 김면섭과 헤어져 김만득은 훌훌 올 때처럼 갈 때도 바람처럼 미련없이 떠났다.

오색구름과 봉황, 신룡의 꿈을 통해 점지 받은 아이라 해서 김면섭의 새로 태어난 손자는 처음에 이름을 ‘운봉’이라 불렀다가, 이내 ‘운룡雲龍’으로 고쳐 불렀다.

그때로부터 정작 운룡의 아버지인 김경삼이나 운룡의 어머니 유씨는 자신들의 셋째 아들이 이 세상에 병고가 없도록 해줄 미증유의 성인임을 모르는 채 지냈고, 오직 운룡의 할아버지 김면섭만이 그 비밀을 가슴속에 간직하고서 자라나는 운룡의 모습을 남다른 눈으로 지켜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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