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대홍수와 공무원, 정치인 그리고 한국 대선

방송보도에 나타난 호주 시드니 범람 지역

잘못된 정치인들을 선택하고 그들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 하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 현재 호주 시드니에서 일어난 사례를 소개한다.

9일 한국이 대선을 치루는 동안 내가 사는 이곳 시드니는 호주 정부 주장대로 10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대홍수(flood)’를 겪고 있었다. 최근 한달, 특히 지난 2주간 한국 면적과 맞먹는 시드니 일반 거주지역에 평균 600mm의 집중 폭우가 쏟아졌다.

물에 잠긴 호주 시드니 

내가 사는 곳에서 시드니 방향으로 약 50km 떨어진 윈저(Windsor)라는 곳도 방송 보도처럼, 물에 완전히 잠겼다. 근처 강이 범람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왕래하는 일반도로 높이보다 약 19m 높이까지 물이 찼다.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과거 내가 찍은 사진에 나오는 거리가 다 잠겼다.

2주간 폭우로 인해 이 지역에서만 이재민 3만명이 발생하였고, 3천 가구 가량이 사라졌다. 이곳 외에도 근처 리치몬드(Richmond)도 마찬가지이며, 시드니 시내는 큰 물난리를 겪고 있다.

이런 대홍수를 두고 호주 정부는 비피해 초기 “10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천재지변”이라고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면서 발표하다 요즘은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대해 수상이 공식사과하였다.

범람한 호주 시드니

이번 피해의 원인은 인구 8백만의 시드니 지역 상수원 역할을 하고 있는 ‘와라감바댐(Warragamba Dam)’의 수문이 낮아 물이 넘쳐흘렀기 때문이다. 이로 이유로 이번 물난리 이전에도 수십년간 상습적으로 홍수가 발생해 강 지류 지역과 인근 주거지역 및 농경지가 수차례 수몰된 바 있다. 말 그래도 상습적으로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관련 공무원과 정치인, 그리고 환경단체들은 서로 ‘이빨만 까고’ 있다.

한국적 마인드에 익숙한 필자 기준으로 보면,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정치인들’이다. 필자는 이곳 지역의 ‘홍수 발생 역사’ 자료를 찾아보고 그런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수십년간 상습적으로 대홍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지형적, 구조적 문제점들이 있었다. 이 지역은 지난 2000년 호주 시드니올림픽 당시 조정 경기가 열린 곳이기도 하다. 즉, 평균 지면 높이가 낮은 저지대다.

그러면 지난 수십년 동안 상습홍수로 침수가 발생했는데도 지역 구청들은 왜 이 지역에 건축허가를 내주고, 주정부나 연방정부는 ‘상수원 댐 추가 건설’ 및 강가 주변 물막이 공사와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았을까?

우선 원인은 ‘돈타령’ 즉 ‘예산타령’이다. 더 큰 문제는 지난 수십년간 이 지역을 담당해 온 공무원들과 지역의원들을 포함한 정치인 누구 하나 ‘직을 걸고’ 이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필자는 해발 1000m 산속에 살고 있어 산불(bushfire)에 늘 민감하다. 물난리나 불난리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문제다. 필자나 이웃 모두 재난에 대해 늘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동네 노인들에게 물었다.

“도대체 가장 큰 근본원인은 무엇입니까? 왜 이곳이 상습 침수지역임을 알고도 낮은 저지대에 건축허가를 내주는 건지요?” 이곳은 원래 이들 노인이 어린 시절 목축지대였다고 한다.

내 물음에 그들 답은 이렇다. “정치인들이나 구청이 돈 챙기려고!”

호주에서 사는(살아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호주인들은 웬만하면 ‘정치이야기’ 안한다. 이미 중세시절부터 ‘직업세습’과 ‘신분세습’에 둔감하고 익숙해진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당장 내가 먹고사는 문제와 연관되지 않으면 돈 많은 이들이나 대대손손 해먹는 정치 이야기는 별로 안한다.

필자가 예측하기에 최근 ‘시드니대홍수(Sydney Flood 2022)’로 인해 공무원 몇 사람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날 것 같다.

잘못된 정치인(그룹)의 선택과 선출된 정치그룹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하면 언젠가 보통사람들이 먹고 사는 일에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장영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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