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14 ] 19대 투표율 77.2%, 선택의 시간 ‘뚜벅뚜벅’

역대 대선 투표율

D-14, 이제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이 딱 2주 남았습니다. 2주 후에는 앞으로 5년 동안 새로운 대한민국을 시민과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시민들이 누구를 선택할지 오리무중입니다. 각종 여론조사는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누구도 안심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선거 결과는 아직까지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부동층(浮動層)이 결정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부동층이 최종적으로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 결정하거나, 지지 후보를 바꾸기로 결정하는 게 대략 투표 3일 전쯤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은 시민들도 다음 주말까지는 지지 후보를 결정하게 됩니다.

부동층들은 왜 아직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을까요? 당연히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서입니다. 정권안정을 선호하지만 이재명 후보가 맘에 들지 않거나, 정권교체를 바라지만 윤석열 후보가 미덥지 않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제3후보를 선택하고 싶어도 안철수 후보나 심상정 후보, 또는 10명의 다른 후보들이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8.7%가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단 여론조사 응답자들의 투표 의향이 높게 나타나는 것 당연합니다. 투표를 하지 않을 시민은 아예 여론조사 자체를 거부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물론 응답은 투표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하지 않는 시민도 많습니다.

역대 투표율을 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률보다 대체로 10% 정도가 낮았습니다. 투표의향 응답률만 보면 이번 대선의 투표율은 제19대 대선의 77.2%보다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지지 후보를 이제라도 선택하는 부동층이 많아지면 투표율은 높아지고, 끝내 정하지 못하는 부동층이 많으면 투표율은 이보다 낮아질 수 있습니다.

투표 의향을 밝혔지만 정작 투표를 하지 않는 시민들도 있습니다. 지지하는 후보가 많이 앞서가면 자신이 굳이 투표하지 않아도 당선에 어려움이 없다는 생각에서 투표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무임승차자(free rider)라 불리는 시민들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이번 대선에서는 이런 경우는 별로 많지 않을 겁니다.

이와 반대로 지지하는 후보가 많이 뒤쳐져 있으면 어차피 자신이 찍어도 당선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해 투표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침묵의 나선(spiral of silence)이라 부르는데, 지지 후보가 약세라서 지지 의사를 잘 드러내지도 않고, 아예 투표소도 가지 않는 경향이 생깁니다.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이 이런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동층은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할까요? 후보든, 소속 정당이든, 정책이든 무언가가 맘에 들지 않아 선택을 못한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투표는 해야겠다면 비호감도가 덜한 후보를 고를 겁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반영된 여론조사를 참고하기도 할 겁니다. 여론조사를 참고해도 선택의 효과는 다르게 나타납니다.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는 후보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세를 따라가는 승자편승(bandwagon)이라고 합니다. 여론조사에서 뒤쳐진 후보를 동정해 선택하기도 합니다. 열세자 효과(underdog effect)라고 부릅니다. 여론조사 때문에 투표를 포기하는 걸 막기 위해 공직선거법은 투표일 6일 이내에 실시한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3월 3일 이후에 실시한 여론조사는 보도되지 않습니다. 3월 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까지만 알 수 있고, 여기에는 이 날 저녁 마지막으로 열릴 3차 법정 TV토론이 반영되기 어려울 겁니다. 시민들은 가능하면 자신의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하고, 부득이하게 여론조사를 참고하더라도 이런 점은 감안해서 판단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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