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대상 시상식 김진태 도지사의 3분40초···축사는 이렇게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8월 12일 인제하늘내린센터에서 열린 제26회 만해대상 시상식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다. 

“핵심 콕 짚어 간단명료하게···.”

각종 행사장에서 축사, 환영사, 또는 조사 등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로망이다. 지난 12일 인제하늘내린센터에서 열린 ‘제26회 만해대상 시상식’의 김진태 강원도지사 ‘대회사’는 보기 드물게, 짧고도 정곡을 찌르는 연설이었다.

이날 행사는 만해 한용운 선생을 기리는 만해축전 중 하이라이트인 만해상 시상식으로, 김진태 지사 순서는 최상기 인제군수 환영사와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의 법어 사이에 배치됐다.

올해 만해상 수상자는 평화부문 우쓰미 아이코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명예교수, 실천부문 탄경스님과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문예부문 유자효 시인과 이민진 소설가 등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도 포함되는 등 쟁쟁했다.

김 지사는 연설 포인트를 잡기 위해 사전 조사를 충분히 한 듯했다. 그는 수년전 영국의 스트랫포드 방문 얘기로 연설을 시작했다. 스트랫포드는 셰익스피어가 난 곳이다. 김 지사는 “스트랫포드는 셰익스피어 생가 외에 특별한 게 없었다. 하지만 그 덕에 전 세계인들이 찾는 아주 관광의 명소가 됐다”고 했다.

김 지사는 “나중에는 셰익스피어 처가 태어난 곳, 딸이 자랐던 곳, 사위가 살던 곳···. 이렇게 일가족의 생가들을 모아놓은 그런 곳이 돼 있었다”며 “우리 인제도 만해 선사를 연결고리로 해서 전 세계인이 찾는 곳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했다.

김 지사는 여기까지 마친 뒤 청중들을 향해 “여러분들도 동의하십니까?” 물었다. 이내 박수가 쏟아졌다.

2022년 만해대상 시상식 수상자와 시상을 맡은 이들. 윤성이 동국대총장, 이상묵 서울대교수(실천부문 수상자), 신흥사 우송 회주스님, 우쓰미 아이코 교수(평화부문 수상자), 이근배 전 예술원 회장, 유자효 시인(문예부문), 한분순 전 여성문학인회 회장, 탄경스님(실천부문). 이민진 소설가(문예부문), 강천석 심사위원장, 김진태 강원도지사, 최상기 인제군수 <사진 조선일보 김지호 기자> 

그는 이어 “정평 있는 만해대상 시상식에 도지사 자격으로 참여하게 돼서 정말 영광으로 생각한다. 만해대상 시상식이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는 걸 보고 놀랐다”며 수상자는 물론 심사위원들에 대한 찬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평화상, 실천상, 문예상에 주옥 같은 분들이 선정되셨는데, 이분들이 만해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아마 몇 년 내로 노벨상을 받으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이번에도 “동의하시죠?”라면서 박수를 유도했다.

김 지사의 포인트 있는 축사는 마지막 대목에서 빛을 더했다. 그는 “이 행사를 준비하는데 7억6천만원 정도 행사비와 사업비가 소요가 됐다. 다른 행사에 가면 강원도청이 가장 많이 내게 되는데, (제가 아주 뿌듯하게 말씀을 드리는데) 이번에는 사업비 중 절반 이상을 우리 인제군 최상기 군수님이 부담해주셨다”고 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국민의힘, 최상기 인제군수는 더불어민주당으로 각각 당을 달리한 채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김 지사는 “이렇게 통큰 출연을 해주신 우리 군수님께 뜨거운 박수 한번 부탁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사는 “도에서는 군수님 다음으로는 출연했느냐 또 그게 아니다”라며 “자부담이라고 해서 2억 정도 되는 돈을 우리 신흥사 우송 회주 스님께서 쾌척해 주셨다”고 소개했다. 그는 “강원도는 이렇게 두 분이 두 분이 해주시고 남은 일정 부분 1억5천만밖에 못했다”며 속사정을 거침없이 털어놨다.

김진태 지사의 축사 압권은 마지막 대목에 또 나왔다. “그래서 (바로 제 앞에서 축사를 하신) 우리 군수님보다 더 길게 말하면 안 되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마치도록 하겠다”며 단하로 내려갔다.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축사를 마치기까지 전체 걸린 시간은 3분 40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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