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 겸전 고려, 무인 천대 조선

고려 태조 왕건 기본 영정

고려왕조는 왕위 계승에 형제 승계가 많았다. 태조 왕건의 맏아들이 혜종인데, 정종은 이복동생이며 광종은 그 동생이었다. 5대 경종, 6대 성종도 형제간이었다. 9대 덕종은 현종의 맏아들, 10대 정종이 현종의 둘째 아들, 11대 문종은 현종의 셋째 아들이다. 조선 같으면 생각도 못할 일이다. 수양대군은 세종의 둘째 아들로 문종의 동생이었으니 고려 같으면 충분히 왕위를 이을 만 한데 그러지 못해 단종의 비극이 일어난 것이다.

조선에서도 적장자가 뒤를 잇는 것은 스물일곱 중 여덟에 지나지 않는다. 성종에서 연산군이 나왔다. 연산군의 모후가 사약을 받고 죽었으면 연산군은 왕위에 오르지 안했어야 한다고 원로는 미리 경고했었다. 연산군을 몰아낸 중종반정은 쿠데타였다. 사실상 왕조가 바뀐 것이었다.

士禍는 신권이 왕권을 압도하여 일어난 것으로 성리학자들 명분 싸움에 지나지 않았다. 신하들이 한번 왕을 바꾸다보니 광해군을 몰아낸 인조반정은 더 쉬었다. 주체세력 서인들의 세력은 훨씬 오래 갔다. 서인의 영수 송시열은 왕권을 저 멀리 압도했다. 오죽했으면 孔子, 朱子를 본떠 松子라고 했겠는가?

고려에서는 능력이 위주였다. 왕실이 능력 위주이다 보니 신하도 따라 갔다. 무인정권은 1170년 시작되어 백년 후인 1270년에 종식되기까지 이의방에서 정중부, 경대승, 이의민을 연이어 거치다가 최충헌, 최우, 최항, 최의 등 최씨 일문을 거쳐 김준, 임연에 이르기까지 계속 되었다. 무신의 잦은 정권교체는 실력 위주였기 때문이다. 일본의 막부는 1192년 가마쿠라 막부로 부터 시작하여 1867년 도쿠가와 막부의 대정봉환까지 무사의 나라가 8백년 지속된다. 이 기간은 1392년부터 1910년까지 선비의 나라였던 조선과 대조된다.

고려시대 특징은 문무겸전이다. 고려와 조선 초기에 문신이 장군을 겸한 경우가 많다. 6진을 개척한 윤관은 문하시중에 이르렀으나 무인으로 대원수에 이르렀다. 최영 장군은 고려 무신의 절개를 대표하였다. 이성계도 최영과 더불어 무신으로 시작했다. 6진을 개척한 김종서는 좌의정에 이른 문신이었다.

조선 중기에 이르러서 문반 우대, 무인 천대의 성향이 나타났다. 그러나 선조 시절 류성룡, 이원익, 이항복, 이덕형 등은 문신으로 무신 역할도 함께 하였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문민 국방장관의 표상이다. 미국에서는 맥나마라와 게이츠 장관이다. 특이한 것은 이들 유능한 국방장관의 임기는 5년에서 6년을 간다는 것이다. 서부를 개척한 미국 엘리트는 문무를 겸전하였다. 우리 정부와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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