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정몽규회장 거취 이상의 범현대 차원서 해결 모색을
[아시아엔=엄길청 경제저널리스트, 미래경영학자, 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희생자 유가족의 오열이 아직도 생생한 많은 사고현장 중에서, 이번의 광주 고층아파트 붕괴사고처럼 국민 모두에게 허탈한 충격과 어이없는 실망을 준 사고도 유례가 드믄 일이다. 토목공사도 아니고 골조공사도 아닌데 거의 다 올려놓은 건물이 그것도 상층부의 콘크리트 양생공정에서 삽시간에 무너져 내린 사고는 유가족의 슬픔과 한국 도시건설 기술과 한국 건설기업의 성장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1970년대 현대건설 주택사업부가 만든 아파트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다. 그 지역도 원래는 매립지인데 현대건설이 정부에서 공사대금으로 받은 땅이다. 물론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국내에선 최고의 주거지역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그 당시 이 아파트를 만든 현대건설 주택사업부가 후에 한국도시개발이 되고, 다시 그룹 내 한라건설과 합병하여 만든 회사가 광주에서 연이어 사고를 낸 현대산업개발이다. 현대그룹도 자기 자체사업으로 거대한 규모의 대규모 농경지 매립공사를 서산과 당진 해안에서 했다.
지금 이 얘기는 매립지와 건설 사고와 인과관계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 사회는 이렇게 어둡고 허접하고 부실하게 일하며 살아 온 과거를 땅에다 그냥 덮고 묻어버린 일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사상누각은 이런 허약한 기반 위에 올린 텅 빈 금자탑을 말한다.
현대는 우리 건설사의 자존심이자, 자부심이다, 지금은 사촌 간에 계열분리가 되었지만, 원래는 다 정주영회장이 만든 기업들이다. 지금부터 하는 말은 다 이치에 맞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정황을 생각하면 짐작도 되는 말들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원래 정몽규회장이 맡은 게 아니다. 그는 원래 현대자동차 회장이었으나, 정주영회장 사후에 사촌들 간의 지분정리로 어느 날 자동차를 떠나서 주택건설을 맡았다. 그로선 엄청난 위상의 차이였지만, 집안에서 잘 정리가 된 모양이다. 그 후는 정몽규회장이 현대산업개발을 브랜드화 하면서 최상급으로 잘 운영을 했다. 곳곳의 현대 아이파크 주민 커뮤니티도 잘 형성되었다. 그런데 근자에 와서는 정몽규회장은 여러 가지 글로벌하고 외양적인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갑자기 면세점 사업을 진출하려거나, 무리하게 아시아나항공사를 인수하려한 시도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행동은 그가 작금의 세기적인 모빌리티 시대를 보면서 자기 가족들이 맡아 하던 현대자동차를 떠난 것에서 많은 아쉬움을 느끼고 있을 터이어서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투자분석가로선 그가 건설사업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연이어 도저히 현대답지 않은 참사가 그것도 같은 도시의 건설현장에서 터지고 있다. 특히 광주시민에게 준 처참한 상처나 무고한 인명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그 회사의 미래도 이젠 장담하기 어렵다. 이건 본인의 사퇴로 마무리되기 어려운 사안이다. 범현대가족 그룹차원에서 근본의 답을 내놓아야 한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오면 누구나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몽규회장의 아버지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대부 ‘포니 정’ 정세영회장이다. 그는 아버지 밑에서 경영을 배우고 뒤이어 현대자동차 회장에 올랐으나, 갑자기 주택사업을 가업으로 맡았다. 그리고 시간이 좀 흐른 뒤 그의 회사가 이런 참변을 우리 사회에 폭탄처럼 연이어 안기고 있다.
안타깝지만 현대가문의 범가족기업 차원에서 논의하여 회장의 거취가 아니라 사업의 거취를 정해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교훈에서 보건대, 누구라도 무얼 덮고, 무얼 묻어서 쉽게 돈 벌려 하지 마시라. 그 가벼움과 알량함은 시간이 가면 다 벗겨지기 때문이다. 신뢰와 존경은 매립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