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주식투자’가 빚은 탐욕의 시간, 더 늦기 전에 ‘경제안정제’를
[아시아엔=엄길청 국제투자분석사, 미래창업투자진흥원장] 주식시장은 그 출발이 기업의 창업과 발전과 혁신을 도모
하는 건전한 산업자본 육성의 투자시장이다. 기업의 사회적 기능이 자연보호와 고용안정과 납세증진과 소비자공헌이라는 명제도 이 공정한 시장 앞에 놓인 대전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주식을 투자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런 시장의 공공가치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기 돈을 놓고 남의 돈을 더 먹으려는 머니게임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이가 많다. 대개 그들은 주주의 참된 역할도, 진정한 시장 의미도 잘 모르고, 게다가 기업의 가치나 종업원의 장래에는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일생이 매일 고수익 타령이다.
주가등락의 가격 제한폭을 가진 시장을 경험한 사람들은 아무런 가격제한도 없는 시장을 놓고 이론적으로는 완전자유시장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실제로 점점 가격제한폭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보니 이건 1년 치의 시장이자율도 넘는 주가등락폭이 하루에 오르내리는 마구잡이 무개념 시장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파생이라는 선물도 옵션도 모두 현물거래를 하는 기관투자가들의 고객자산 위험을 낮추고자 선하게 시작한 일인데, 이젠 대놓고 아무나 초대형 레버리지투기로 이용한다. 개중에는 아무런 현물주식도 없이 그냥 선물계약만으로 몇 배의 레버리지 투기거래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마치 ‘영혼 없는 경제동물’처럼 말이다.
최근 들어 새 집합투자 상품인 ETF가 500종을 넘겼다고 한다. 좋은 의미로만 보면 초보자들이 유망한 개별주식을 직접 고르기 어렵고, 기업마다의 비체계적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긍정적 기능이 적지 않은 상품이다. 그러나 그 상품을 만든 자들의 속내를 보면 저마다 자기회사 상품으로 고객 투자자금 접근을 용이하게 하려는 마케팅 목적이 크다.
시장에서 유행하는 테마나 이슈를 감칠맛 나게 만들어 소위 대놓고 작전투자처럼 하는 투자군집이 투자케 하려는 자금영업의 유혹의도가 크다는 얘기다.
어느 대형증권사가 10조원의 자기자본을 넘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 신생 비대면은행의 상장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엄청난 규모를 기록했다. 대형 금융업체가 등장한 것이니 시장발전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미국의 거대한 투자은행들이 벌인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돌아보면 투자분석가 마음이 편치 않다. 시장관찰자로서 우려하는 것은 금융업체가 자기자본의 몸집이 커지면 이전보다 더 위험하고 공격적인 투자업무를 찾아 나서게 되고, 그만큼 경영의 기회비용이 늘어난다. 자연히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성공 욕심이 더 커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리먼브라더즈도, 메릴린치도, 모건 스탠리도 엄청난 몸집에서 나오는 탐욕으로 날뛰다가 월가에서 이슬처럼 사라졌다. 우리나라 대형금융회사라고 뭐 대수겠는가.
전 세계 금융투자시장의 대형자금을 동원하여 자기들의 부실한 부동산 MBS와 위험한 CDO에 걸어놓고 동시에 파산시킨 범죄자들이 바로 미국의 초대형 투자은행의 경영자들이다. 그들은 그 파장의 와중에서 고객 돈을 다 날리고도 거액의 자기 연봉을 마지막 잔고에서 찾아갔다.
지금도 그런 부류가 이 금융투자시장에는 독버섯처럼 존재하고 있다. 미필적 수익악마들의 허황된 꿈은 항상 무리한 부채증가와 허접한 부실자산의 결합에서 비극을 출발시킨다. 과거 미국의 정크본드 사건도 그랬고, 우리의 저축대부은행 사건도 그랬다. 그들은 다 고객 돈과 같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이제는 바로 나라마다 그런 자들을 정말 조심하고, 각국의 금융투자시장은 그런 일을 막아야 할 시간이다. 코로나가 준 유동성의 축제에서 그들은 지금 취해 있다. 혹시 <아시아엔> 독자께서도 지금 부실한 자산에다 부채를 과도히 투입하고 게다가 반대방향 투자에 돈을 걸고 있다면 파산할 시간이 다가올 지도 모른다. 여차하면 한 순간에 도미노처럼 줄줄이 넘어질 수 있다,
미국의 연준이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테이퍼링의 우려를 얼마간 낮추자, 나스닥이나 코스닥에서 성장주라는 미명으로 기술주식들이 갑자기 주가조정권에서 벗어나 거래대금의 상단을 차지하면서 하늘같이 높은 PER을 더 높게 올리려 하고 있다. 이건 분명 위험한 순간이다,
여기에는 또 대량의 부채투자가 걸려들고 있을 게다. 투기적인 기업주와 외부 내통자들이 만든 부실자산과 허위 투자정보가 암약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소위 성장주는 투자분석가들이 도무지 장부상 내재가치를 점검할 수 없다. 성장주는 후일 사고가 나면 고스란히 앉아서 당하는 수밖에 없다. 과거 닷컴버블처럼.
지나고 보면 미국 연준(FRB)이 자신들의 과오를 스스로 만들기도 한다. 리먼브라더즈 사태 때도 처음부터 미국 연준이 그들에게 냉정하지 못했다. 따라서 미국 연준도 이제는 고용증가나 경기부양 등 코로나 대응만이 문제가 아니라, 지난 2년 동안 더 위험해진 글로벌 투자시장의 안전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달러의 유동성 공급을 잠시 멈추고 미국의 기준금리도 손을 좀 보아야 한다.
이미 중국은 물론, 홍콩이나 대만 등 중국계 투자시장은 스스로 자기 위험에 빠지고 있는 듯이 보인다. 미래에 그들은 경기후퇴가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서의 장기적인 소외 내지는 근본적인 축출이 더 큰 위험으로 작용할 지도 모른다. 게다가 중국의 신장위구르 국경지대인 아프가니스탄에 다시 내전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그래도 우리 한국은 좋은 편이다. 지금 기술개발 투자나 수출증가, 자본수지나 생산자 물가가 그런대로 안정을 보이고 있다.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서민생계와 소비자물가, 자영업자들의 고통 그리고 청년실업 및 집값이 큰 걱정거리이다. 정부와 국회가 국민들 합의를 잘 이끌어내야 한다. 한국은행은 선제적으로 금리나 유동성을 손볼 필요가 있다. 백신접종이 여타 선진국에 비해 늦어지는 현실에서, ‘경제안정제’라도 우리가 먼저 맞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