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64] 김종인의 극약처방, 약일까 독일까

김종인 위원장과 윤석열 후보

어제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 상황이 매우 숨 가쁘게 돌아갔습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선대위 전면개편의 강수를 두었습니다.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도 당직을 사퇴했습니다.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부위원장이 영입 2주 만에 사퇴했고, 김한길 위원장도 사의를 밝혔습니다. 윤석열 후보도 모든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선대위 해체 수준의 일방적 조치를 취한 건 윤석열 후보 지지율의 급격한 추락 때문이었습니다. 연초에 발표된 모든 여론조사 결과 윤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차범위 밖으로 밀린 조사도 있었습니다. 불과 한 달 만에 벌어진 상항입니다. 문제는 지지율 하락 추세가 쉽게 멈출 것 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위기의식을 느낀 김종인 위원장은 윤석열 후보와 사전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극약처방을 내렸습니다. 행사참석 중 언론보도를 통해서 알 정도로 윤 후보도 모르는 처방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응급조치 대신 대대적인 수술을 선택한 겁니다. 극약처방은 함부로 쓰면 안 됩니다. 도저히 다른 방법으로 병을 고칠 수 없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써야 합니다.

극약처방으로 환자를 살려내면 다행이지만 환자의 체력이 딸리거나 환자에게 맞지 않는 처방이라면 환자의 고통만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살아나도 체력의 급격한 저하 등 후유증으로 상당기간 환자는 고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극약처방을 내리기 전에 미리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고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선대위 개편은 오래 전에 제기된 문제입니다. 이준석 대표가 선대위직을 사퇴하고 외곽으로 도는 것도 선대우 개편 요구를 윤석열 후보가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윤 후보는 선대위 개편 요구에 대해 줄곧 선거를 망치는 길이라며 반대했습니다. 자신이 도움을 요청했거나, 도와주겠다고 모인 선대위 관계자들을 쉽게 내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이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정권교체를 이루고 싶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라도 해야 합니다. 후보교체론이 커지고 있지만 윤석열 후보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후보교체는 불가능합니다.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도 거론되지만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후보만 빼고 나머지를 다 바꿀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응급조치의 한계를 국민의힘은 이미 겪었습니다. 바로 울산회동입니다. 이준석 대표가 제기한 ‘윤핵관’ 문제는 사실은 선대위 체제정비 요구였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이 대표를 울산까지 찾아갔고 김기현 원내대표까지 함께 한 자리에서 김종인 위원장 영입문제까지 합의했습니다. 문제가 해결된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한 달도 못가는 ‘일회용 봉합’이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정치 입문 전인 현직 검찰총장 때부터 1년 넘게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였습니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한 달 만에 급락한 것은 오롯이 본인의 탓입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실언과 막말에 따른 자질 논란, 대응을 제대로 못한 부인 관련 논란, 선대위 분란과 이준석 대표를 겉돌게 놔두는 리더십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것입니다.

윤석열 후보는 모든 문제가 부족한 자신의 탓이라며 사과한다는 뜻을 보였습니다. 선대위의 쇄신과 변화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지만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릅니다. 특히 윤 후보의 김종인 위원장에 대한 신뢰가 지금과는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때 김종인 위원장도 물러난다고 발표했다가 착오였다며 정정한 데서도 윤 후보의 속내가 드러납니다.

선대위는 대안을 찾기 어려워 김종인 위원장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대위가 다시 꾸려져도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극약처방을 내린 김 위원장의 ‘윤 후보 구하기’가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지켜봐야겠지만 윤석열 후보 자신이 바뀌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효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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