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동기 벗 최학, 배갈 들며 밀린 얘기 나누세나”


[아시아엔=이동순 시인, 영남대 명예교수] 최학(1950~ )이란 소설가가 있다. 1973년 같은 해 <경향신문> 신춘문예 출신인데 ’73그룹’ 모임에는 나오지 않았다.

그가 유난히 궁금하고 또 동갑나기였으므로 마음 속으로 늘 그리움을 갖고 있었다. 80년대 내가 청주 충북대에서 지내던 시절, 최학은 대전의 중경공전 교수로 있었는데 청주와 대전은 지척이라 한번 불쑥 방문하고 싶은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내 시집을 먼저 보내고 작가와 미리 전화로 약속을 해서 대전역 부근의 어느 술집에서 만났다. 약간 작아보이는 키에 옆으로 기른 삼각형 머리, 만면에 가득한 특유의 함박웃음이 곧 친근감으로 다가왔고 어렵지 않게 푸근한 친구의 우정으로 이어졌다.

나도 남쪽으로 황황히 내려가던 길이라 뒷날 다시 만날 것을 약조하고 그 자리를 떠났는데 이후 다시 만나지 못했다. 인간적 유대가 끈끈히 이어져야 친구가 되는데 최학과는 그런 인연을 갖진 못했다.

그는 경산 남천 출생으로 중학 졸업 후 서울로 가서 양정고,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경산 출신 문학인으로는 소설가 장덕조, 이동하, 최학 등이 있고 시인 박훈산, 김윤식, 도광의, 김석주, 정숙, 수필가 구활, 이경희 등이 있다.

작가 백신애는 영천 출생이지만 경산 자인에서 초등 교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가 교수로 첫발을 디딘 중경공전은 우송정보대, 우송대학교란 이름으로 변모하면서 대전 지역 사학의 기관으로 자리잡았다. 최학은 이 대학 재단과 돈독한 관계로 여겨졌다.

‘평서대원수’란 이름을 내세운 관서지방 민란의 주모자 홍경래를 테마로 장편소설 <서북풍>을 써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정여립 모반사건을 다룬 역사소설도 발표했다. 이 작품으로 상금이 6천만원이나 되는 동리문학상도 받았다.

KTX 열차를 타면 만나는 잡지에 늘 고정필진으로 글을 연재하기도 했다. 최학은 우송대에서 내는 그 책의 책임자였다. 그가 2004년 중국 난징 효장대학에 1년 동안 교환교수로 가 있을 때 중국 술 백주(빼주)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다. 우리가 보통 ‘백알(白干兒)’이라 부르는 그 독한 중국술에 그토록 심취한 계기가 궁금하다. 그가 애주가란 사실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 이 술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서 700쪽이 넘는 저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그는 정중동(靜中動)의 작가이다. 활동이 없는 듯 한참 동안 잠잠하다가 갑자기 어떤 성과나 역작을 돌연히 발표한다. 이를 보면 늘 꾸준히 성찰하고 모색하는 그런 열정의 작가임에 틀림없다. 최학을 오래 못 보았는데 그를 만나 중국 술에 푹 빠지게 된 계기도 듣고 싶고 살아온 이야기도 듣고 싶다. 열심히 살아온 내 친구 최학.

소설가 최학

 

이 선생님,

저도 그립습니다.
귀한 시집 받잡고서야
안녕하심을 압니다.
여느 틈에 청주를 하직하고
제 고향(故鄕) 쪽에 가 계시는군요.
아무튼 남녘으로 가셨으니
조금 더 푸근하시겠습니다.
어느 때 고향 가는 걸음 있으면
불시에 연구실 문을 밀고 들어가겠습니다.
인형(仁兄)의 시는 늘 좋기만 합니다.
소박하면서도 격(格)이 있고,
조촐하면서도 튼실하고,
큰 말씀 놓으면서도
허장성세는 온전히 빠지고……
시를 읽으면
더욱 간절히 뵙고 싶습니다.

1991. 10

대전에서

최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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