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의 미술산책⑭] 파리 ‘만추’···고흐 ‘볼로뉴 숲을 거니는 사람들’

반 고흐의 ‘볼로뉴 숲을 거니는 사람들'(The Bois de Boulogne with People Walking), Vincent van Gogh, 1886, 46.5 x 37.0 cm. Private collection

[아시아엔=김인철 미술평론가, 충북대 대학원 강사] 파리 16구역, 즉 프랑스 파리 서쪽 불로뉴-비양쿠르(Boulogne-Billancourt)와 뇌이-쉬르-센(Neuilly-sur-Seine) 근처에 있는 커다란 숲 볼로뉴(The Bois de Boulogne)는 1852년 황제 나폴레옹 3세(Emperor Napoleon III)에 의하여 파리의 공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곳은 파리에서 두번째로 큰 크기의 공원으로, 도시의 동쪽에 있는 뱅센 숲(Bois de Vincennes)보다 약간 작다. 면적 2088에이커로 뉴욕의 센트럴파크(Central Park)보다 약 2.5배 크며 더블린의 피닉스파크(Phoenix Park)보다 약간 넓다. 런던의 리치먼드파크(Richmond Park)보다는 약간 작다.

볼로뉴 숲 공원의 경내에는 영국식 조경으로 이루어진 여러 호수와 폭포가 있으며, 두 개의 작은 식물원 및 조경 정원, 동물원과 놀이공원 및 생태와 인간 친화적 개념으로 수십만 그루의 나무를 보유한 온실과 정원단지(The Jardin des Serres d’Aut)가 있다.

또한 그곳에는 트랙 2개의 경마장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롱샹(Domaine de Longchamp)이다. 그리고 매년 프랑스 오픈테니스대회가 열리는 스타드 롤랑 가로스(Stade Roland Garros), 루이비통재단 및 여러 매력 있는 장소의 오테이 이포드롬(Auteuil Hippodrome)이 있다.

반 고흐는 1886년 파리로 와서 몽마르트르 라발가(rue Laval)에 있는 동생 테오(Theo van Gogh)의 아파트에서 함께 살면서 페르낭 코르몽(Fernand Cormon)의 화실에서 회화수업을 받았다. 같은 해 6월 두 사람은 르픽가 54번지(54 rue Lepic)에 있는 보다 큰 아파트로 이사했다.

파리에서 빈센트는 친구, 아는 사람들의 초상과 정물을 비롯하여 몽마르트르의 물랑 들라 걀렛트(Le Moulin de la Galette)를 비롯하여 아니에르(Asnières)의 센강 등을 그렸다.

테오로부터 코르몽의 스튜디오를 소개받은 빈센트는 1886년 4월부터 5월까지 그곳에서 수업을 받으면서 호주 출신의 존 피터 러셀(John Peter Russell)과 친구가 되었는데 러셀은 같은 해 빈센트의 초상화를 그렸다. 또한 빈센트는 그곳에서 에밀 베르나르(Émile Bernard), 루이 앙퀘탱(Louis Anquetin), 툴루즈-로트렉(Henri de Toulouse-Lautrec)과 친구가 되었다. 이때 툴루즈-로트렉 역시 파스텔로 빈센트의 모습을 그렸다.

그들은 또한 줄리앙 ‘페레’ 탕기(Julien “Père” Tanguy)가 운영하던 화구상점에서 자주 만났는데 그때 탕기의 상점에서는 세잔(Paul Cézanne)의 그림들만 볼 수 있었다.

1886년 처음으로 점묘파(Pointillism)와 신인상파(Neo-impressionism)가 나타나면서 조르쥬 쇠라(Georges Seurat)와 폴 시냑(Paul Signac)의 존재가 알려지게 된 두 개의 대규모 전시회가 열렸다.

미술상 테오(Theo)는 ‘몽마르트르 街路’(boulevard Montmartre)에 있는 자신의 갤러리에 인상파의 그림들을 가능하면 많이 보관했지만 그의 형 빈센트가 인상주의를 인정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렸다.

그림을 보자. 형식이라는 관점과 주제라는 의식을 모두 대입해도 이 그림에 대한 해석은 부족한데, 다만 처음 본 느낌을 끄집어낸다면 바로 무르익어 가는 가을을 매우 적절하게 표현한 사실을 들 수 있다.

1886년 가을이 무르익어갈 때 반 고흐는 인상파의 기법을 인정하기 시작하면서도 선뜻 받아들이기를 주저했던 것 같다. 그리하여 그가 이 작품에서 보여준 붓 터치는 어딘가 확신을 갖지 못한 듯하다. 하지만 그렇게 넓은 붓으로 가로질러 문지르듯 이어간 폭이 제법 큰 터치들은 거의 갈색조다.

커다란 나무들을 덮고 있는 나뭇잎의 가을 색은 매우 적절한 광경을 나타내면서 보는 이들의 머리를 끄덕이게 만든다. 견고한 나무둥치는 고향 네덜란드 시절부터 반 고흐가 꽤 효과적으로 표현하던 형식인데 그런 방식을 공원 속을 거니는 사람들에게까지 적용하고 있다.

노란 나뭇잎들이 양탄자처럼 깔린 공원 바닥은 부드러운 가을의 소야곡이 되면서 앞부분에 보이는 몇 개의 의자들을 뒤덮으며 거의 보이지 않게끔 처리하고 있다.

초창기 작업임에도, 가을을 이렇게 멋지게 나타낸 작품은 반 고흐의 것 말고는 찾아보기 어렵게 한다. 너무나 멋진 가을 숲이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