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 79살 중도장애 이정보 작가의 ‘따스한 시선’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코로나 위드를 2주 앞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는 코로나 이전 분위기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핸드폰으로 사진 찍는 모습이 눈에 띈다. 활기차다.
오후 2시 대학로 이음갤러리에서 ‘이정보 사진전’이 개막했다. 이정보 작가는 올해 79세, 이번 전시는 그의 첫 개인전이다. 1985년 강도를 만나 머리가 깨지고 팔과 다리에 장애를 입었다. 이번에 25개 작품이 선보였다. 전시는 26일까지 계속된다.
그는 물론 초등학교 시절부터 사진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사고로 지체됐을 뿐, 사진에 대한 열정은 조금도 식지 않았다.
이정보 작가는 ‘이정보 사진전’ 18쪽 짜리 팜플렛에 전시 작품과 함께 전시회 소회를 이렇게 적었다.
“어린 시절 사진을 배우고 열일곱살에 첫 사진작업을 하던 옛 기억이 떠오릅니다. 사진을 대하는 마음은 열일곱에나 일흔여덟 지금이나 같습니다. 중도 장애를 입은 후 1미터 높이의 휠체어 높이에서 보는 세상은 마음도 따라 낮아졌습니다. 이렇게 장애인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의 변화와 흐름을 사진으로 담아 작품을 걸 수 있게 돼 기쁘고 영광되게 생각합니다. 낮은 시선으로 바라본 세월의 기록을 전시함으로써 내 인생을 돌아보고, 장애인들에게 귀감이 되고자 전시회를 열게 됐습니다. 장애인으로 살아오며 힘들고 거친 날들을 아침의 기운처럼 담아본 작품들로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2019년 12월 ‘보리수아래’ 연말 모임에 갔다 처음 만난 이정보 작가는 이후 휠체어로 다니면서 촬영한 사진을 내게 종종 보내왔고, 나는 그때마다 감사 메시지로 답했다. 줄잡아 100장이 훨씬 넘을 터이며, 그 가운데 꽤 여러 점이 <아시아엔>의 ‘오늘의 시’ 등에 사용돼 콘텐츠를 더 빛내주었다.
그는 작년 말 공릉종합사회 복지관에서도 몇몇이 함께 사진전을 열었지만, 코로나로 ‘모임 불가’ 탓에 홈페이지에 서 감상하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기자는 오늘 아침 지난 2년 가까이 이정보 작가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읽었다. 그의 사진과 관련된 몇 대목 소개한다.
“목요일 창경궁에 복수초 찍는다구 갔는데 덜 피고 가물어 자라질 못 해서 아쉽고 나오면서 원앙새와 궁안으로 찍으며 나왔습니다”
“장애인의 날 전시 예정 홍보차 전남 신안군에 다녀왔습)니다 제자가 도와서 다녀오는데 당일에 다녀오느라 힘들구 좋은 사진을 찍지 못 하였으나 저로서는 한번 가기 어려운 일이였습니다 새벽에 출발해서 여러 곳을 들렸기에 다음날 새벽에 돌아왔습니다”
“사진 전시회 준비해두고 날 잡아 놓고 행정부에서 못 하도록 해서 미루고 있습니다”
“이번에 장애인의 날 기념 전시회를 준비하구 코로나로 밀려서 6원6일 열게 됩니다 아직 복지관 홈페지엔 6일 전에는 올려질 것입니다 년말 전시회를 응원의 글을 써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저희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믿음 안에서의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
“가평 자라섬입니다 3일날 찍었고 완전한 가을 날씨였읍니다”
“주님 은혜로 무사히 지내고 있읍니다 특별히 이번 10월23토요일부터 사진 개인전을 혜화역앞 이음갤러리 2층에서 열게 됐습니다 토일 월요일 쉽니다 화요일까지입니다 개인전시는 첨 합니다 그간 긴~~세월을 찍으면서 모은 사진입니다 봉사하면서 주로 새벽에 찍은 많은 작품이 됐읍니다”
이정보 작가는 개막 인사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진은 거짓이 없습니다. 노력 없이는 절대 안 됩니다. 제가 남한테 받은 거, 사회에서 받은 거 이제 돌려드리려고 합니다. 은혜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