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해군의 원자력잠수함 보유에 대하여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핵 무기 가운데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은 SLBM,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은 SSGN, 원자력추진 잠수함은 SSN이라고 한다.
강대국의 원자력잠수함은 모두 핵잠수함이지만, 핵잠수함이라고 하면 오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원자력잠수함으로 부르는 것이 좋겠다.
NPT 체제에 의거 핵무기를 탑재한 원자력잠수함은 한국이 보유할 수 없다. 여기에 대해 논란은 불필요하다.
NPT 체제는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고하다. 북한은 1993년 이후 NPT 잠정탈퇴 선언상태를 유지하면서 핵개발에 착수하였고 1994년 IAEA를 탈퇴하여 사찰을 거부하였다. 2003년 1월에는 NPT를 탈퇴하였다. 핵 비확산조약과 이를 집행하는 IAEA는 방대하고 집요하다.
NPT 체제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은 문명세계에서 벗어나겠다는 것과 같다. 세계를 상대로 살아나가는 우리로서는 생각할 수 없다.
우리는 핵을 탑재하지 않은 원자력잠수함도 현재로서는 개발할 수 없다.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에서 제공받은 원자력 관련 기술과 자재를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없다. 우리 원자력발전은 원자력잠수함에 필요한 원자로를 개발하려면 별도의 한미협정이 필요하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는 미사일 협상보다 험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한국의 공격 잠수함은 미국에 도움이 된다. 세계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미국 핵잠수함이 한국 인근에 상주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맞는 계산인가? 북한 잠수함 경계를 한·미가 나누어 맡는다면 한미연합작전체제의 발전, 강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나아가 중국을 상대로 하는 인도태평양 함대에 한국의 원자력잠수함의 역할도 있을 것이다.
장기계획에 올라와 있던 원자력잠수함이 추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수상함 위주의 해군에서도 적극적이지 않다. 잠수함은 전략병기다.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은 채 침투 잠수함을 탐지해서 잡아내는 잠수함은 북한에게도 중대한 위협이 된다. 미국 설득을 포함한 원자력잠수함 확보에 필요한 역량을 쏟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