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기자회 “빈과일보 폐간은 中당국 소름끼치는 탄압 결과”

빈과일보 폐간호와 폐간호를 사려고 길게 늘어선 홍콩시민들

[아시아엔=김동연 인턴기자]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지오다노 창립자 지미 라이(Jimmy Lai)가 1995년 창간한 홍콩의 빈과일보(蘋果日報, Apple Daily)가 당국의 언론 검열 등에 순응하기보다 자진 폐간의 길을 택했다.

빈과일보는 지난 25년간 홍콩 언론자유의 상징이었다. 국경없는 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 이하 RSF)는 23일 빈과일보 폐간을 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성명에서 “홍콩 정부가 빈과일보에 자산 동결 조치를 내리면서 중국 정부를 비판하던 또 하나의 언론매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이는 홍콩 언론자유의 한 상징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중국의 선전용 관영매체에 저항하는 전세계 기자들에게 보내는 소름끼치는 메시지와 다름 없다”고 말했다.

RSF는 “국제사회가 이같은 조치에 대해 진지한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중국 정부는 홍콩에서 언론자유를 말살하는 게 가능하다는 걸 전세계에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95년 창간한 빈과일보는 중국 정부의 권위주의적 정책들을 비판하는 사설과 정부 선전매체와 상반되는 정보를 게재해온 마지막 주요 중국어 매체 중 하나였으며, 이로 인해 줄곧 중국 정부와 親中 진영으로부터 고초를 겪어왔다.

홍콩경찰은 2021년 6월 17일, 500명을 투입해 빈과일보 사옥을 급습하고, 작년 발효된 ‘홍콩보안법’ 상 최고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는 ‘외세결탁 혐의’로 임원진 5명을 체포하는 등 압력을 지속해 왔다.  

쇠사슬에 묶인 홍콩 언론자유. 지미 라이 빈과일보 대표가 작년 법정으로 호송되고 있는 장면

빈과일보의 창립자인 지미 라이는 2019년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징역 20개월을 선고받아, 2020년 12월부터 구치소에 구금된 상태다. 그에게 씌워진 혐의는 모두 6건으로 이 가운데 2건은 최대 무기징역형을 선고할 수도 있어, 빈과일보로서는 ‘어용매체’로 남느니 ‘자진 폐간’을 통해 무언의 저항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아시아 언론자유 최후의 보루였던 홍콩은 2002년 당시 ‘언론자유 지수’ 18위를 차지했으나, 2021년에는 80위로 추락했다. 중국의 언론자유지수는 같은 기간 177위에서 180위로 하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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