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는 ‘성적 장학금’ 줄까?
[아시아엔 이강렬 미래교육연구소 소장] 신문, 방송에 종종 “하버드대 전액 장학금을 받고 합격했다”는 기사를 본다. 그 어려운 하버드 대학에 합격한 데다, 학비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되는 ‘전액장학금’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이런 기사를 많이 볼 수 있다.
모 중앙 일간지를 보면 “김모양이 오는 9월이면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 장학생이 된다. 그는 생활비를 포함한 전액 장학생으로 합격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누구나 선망하는 하버드대학에 더구나 파격적 조건으로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을까?”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 기사는 명백한 오보다. 우리는 장학금이라고 하면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받는 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통념과 달리 하버드대학에는 ‘성적 우수장학금’이 없다. 실제로 하버드대학을 비롯해 프린스턴, 예일, 컬럼비아, 유펜, 다트머스, 브라운, 코넬 등 아이비리그 대학에는 성적 우수 장학금을 비롯해 ‘특기장학금’이 없다.
아이비리그 대학뿐 아니라 스탠퍼드, MIT, 칼텍 등 미국 최상위권 대학에는 성적 우수장학금이 없다.
최근에 국내에서도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가 ‘성적 우수장학금’을 없앴다. 재벌 아들이라도 수석입학을 하면 주던 전액장학금을 없앴다. 국내에서는 고려대가 2016년 처음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고, 이어 2018년 서강대가 뒤를 이었으며 서울대가 여기에 합류했다. 아이비리그처럼 가정의 경제적 상황을 바탕으로 주는 ‘생활기반 장학금’만 있다.
국내 대학의 경우 이제 막 도입 단계이지만 미국 대학들은 오래 전부터 이런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 상위권 대학들은 공부를 잘해도, 운동을 잘해도, 음악 등 예술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어도 이를 격려하기 위해 주는 성적 또는 특기 장학금이 없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오래 전에 협약을 통해 운동선수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장학금을 주지 않기로 했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그 대신 부모 소득에 따라 학비와 기숙사비 그리고 식비를 지원한다.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부모 소득이 일정 액수 미만이면 학비와 기숙사비, 식비 전액을 지원해 준다. 하버드대학의 경우 부모의 연간 소득이 6만5000달러 미만(1달러 1130원 기준, 7345만원)이면 등록금과 기숙사비 등을 전액 지원받는다. 18만 달러(한화 2억300만원)까지는 소득의 10%만 학교에 내면 된다.
따라서 연소득이 2억원 이상의 고소득 가정을 제외하고 학비, 기숙사비 전액을 내는 일은 없다. 전체 학생의 70%가 많든 적든 재정보조를 받고 있으며, 전체 학생의 20%가 학비, 기숙사비를 한 푼도 내지 않고 공짜로 다니고 있다.
미국 사립대학들의 학비는 5만-6만달러, 기숙사비는 1만 5000달러가 넘는다. 그래서 학비+기숙사비+식비로 계산되는 ‘직접 비용’이 7만달러를 넘고, 여기에 책값, 보험료, 교통비, 용돈, 비행기 값까지 포함하면 한국 돈으로 8천만-9천만원이 넘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대학 비용이 비싸다. 그런데 미국 대학들의 생활기반 장학금(Need Based Grant)를 감안하면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게 대학을 다닐 수 있는 나라다. 물론 학비가 없는 독일보다는 비싸지만···.
학업적으로 뛰어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이 미국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학으로 유학 가려고 할 때 학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바로 이 Need Based Grant란 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생활기반 장학금은 성적우수 장학금과 달리 반드시 신청해야 한다. 성적우수 장학금은 대학이 입학 사정을 하면서 알아서 결정을 해 통보하지만, 생활기반 장학금은 원서를 내면서 함께 신청하고, 경제 상황에 대한 입증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또 하나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합격한 뒤에는 이 생활기반 장학금을 신청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생활기반 장학금을 신청할 경우 Need Blind 제도를 채택한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 MIT, 앰허스트 대학 등을 제외한 대학들은 입학 사정에서 불리할 수 있다. 즉 생활장학금을 신청할 경우 신청하지 않은 학생이라면 합격할 수 있을 텐데, 생활장학금을 달라고 해서 불합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충분히’ 가난하고 성적도 좋은 학생이 신청하면 문제가 없으나 성적이 하위권이면서 재정보조를 달라고 하면 불합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충분히 합격이 가능한 대학에 지원해야지, 상향 지원을 하고 재정보조를 달라고 하면 나쁜 결과를 맞을 수 있다.
미국 모든 대학이 국제학생들에게는 이 생활장학금을 주는 것은 아니다. 사립대학이어야 하고, 국제학생들에게 시민권자 학생처럼 똑 같은 혜택을 주겠다는 정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 대학이 어떤 대학인지는 일반 학부모들은 잘 모른다. 이 부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생활장학금 신청서를 정확히 잘 써야한다. 즉 1)국제학생에게도 재정보조를 주는 대학을 찾아야 하고 2)그 대학에 합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잘 준비하고 3)재정보조 신청서를 정확히 잘 써야하는 3가지 조건이 모두 잘 갖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