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최승로 ‘시무 28조’와 21세기 대한민국 원로들

고려 최승로

어느 왕조든 그렇듯이 고려도 6대 성종에 이르러서야 체제가 정비되었다. 최승로는 상주국上柱國으로서 성종 이전 5대(태조, 혜종, 정종, 광종. 경종)의 치적평과 시무 28조를 논하는 상서를 올렸는데 당시의 문제와 대책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태조의 치적 중에는 거란과의 관계에서 보여준 심계원려深計遠慮, 발해의 멸망 때 지배계충을 받아들인 포섭력, 사람을 등용하고 잘 부리는 역량, 신라의 군신이 항복을 청하였을 때 예로써 사양하여 지방세력가 중 내복자來服者를 많게 한 예양심禮讓心, 후백제의 평정과정에서 보여준 도량을 들었다. 태조에 대해서 실로 결함이 없는 군주로 꼽고 있다.

후삼국을 통일한 뒤의 안락한 환경에도 안일함이 없고 아랫사람을 공경으로 대하며, 절감節儉을 숭상한 것, 그리고 어진 이를 등용하여 신임한 점도 들었다. 장차 남북이 통합되었을 때 참고로 할 점이다.

혜종은 사부師父를 높이 예우하고 빈료賓僚를 잘 대접하여 영명令名이 조야에 들렸으나 만년에 조신朝臣과 현사賢士를 가까이 하지 않고 신변에 소리향인小吏鄕人들만 거처하게 한 것으로 이는 모후 장화왕후와 연결되는 세력으로 보인다.

정종은 즉위 초에 조신朝臣 현사賢士들을 훌륭한 정치를 하기 위해 애쓴 것을 평가하였으나, 만년에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경으로 천도할 계획을 세운 사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였다.

광종이 쌍기의 조언으로 과거제를 실시하여 인재를 발탁하였다. 최승로는 중국에 대해 모화적인 것을 경계하고 긍지와 독자성을 강조하였다.

역사적으로 여러 가지의 개혁이 전하나 최승로의 시무28조(時務28條)만큼 포괄적이고 면밀한 개혁안은 쉽지 않다. 최승로는 책임 있는 상주국上柱國으로서 조언을 한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신통하리만큼 같다. 오늘날 대통령은 선출된 국왕(elected monarch)으로 비유된다. 이제야말로 최승로와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 이런 조언은 박근혜, 이명박 주변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지도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1979년 민주화 이후 10년에 걸친 친보수정부, 뒤에 10년에 걸친 민주당 정부에 이어 제3의 민주정부는 안타깝다. 북한에 전단과 식량을 보내는 것을 금하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은 이것이 김여정의 공갈恫喝에 굴복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

최승로의 상주는 언론의 시평時評에 비유할 수 있다. 이들은 현실에 매이지 않고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초탈超脫할 수 있다. 신문을 정독精讀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비평안을 갖출 수 있다.

정치인들이 최승로의 상주문을 대하고 있다는 겸허한 자세를 가질 것을 희망한다. 우리 사회에서 각 분야에 성공하고 실패한 경험을 가진 원로는 많다. 국민도 쓰라린 경험으로 앞뒤를 가릴 수 있다. 문제는 이들에 귀를 열어놓지 않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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