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로 깁다’···태평무이수자 윤덕경 55년 전통춤 무대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요즘 날씨처럼 초겨울 추위가 닥쳐온 11월 27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민속극장 ‘풍류’에 마스크를 쓴 관객 100명 남짓이 자리했다.
서원대 명예교수인 윤덕경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이수자를 주축으로 그의 제자 등이 선보이는 전통춤 사위를 만끽하기 위해서였다.
‘숨결로 춤을 깁다-기쁨도 슬픔도 넘치지 않고’란 공연의 지향(指向)처럼, 무대는 윤덕경의 55년 전통춤 세계를 차분히 펼쳐갔다.
이날 무대가 마련된 이유는 배포된 팜플렛에는 이렇게 밝혀져 있다.
“전통은 원형보존이 중요하다. 또 춤의 정신은 무엇이고 외형으로 나타나는 몸짓의 원인을 제공한 기본은 무엇일까를 탐구해야 한다. 이수자 개별 특성에 따라 춤의 모습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춤의 정신인 원형은 꼭 지켜져야 한다.
한성준의 춤에서 비롯된 태평무는 왕과 왕비가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춤이다. 태평무는 춤의 감정을 넘치게 표현하거나 기교로 추는 춤이 아니다. 강선영 선생의 태평무는 감정을 절제하고 근접할 수 없는 당당한 기개가 있었다. 1993년 초기 강선영 선생에게 사사받은 5기 이수자로 당시의 춤의 정신과 사위를 이번 이수자 공연에 재현하고자 한다.
문화재로 등재돼 있는 서울, 강원, 전북, 전남, 경남 5개 지역의 전통춤을 한자리에 마련해서 각 종목의 이수자들이 발표해 지역별 다른 특성을 보여주려고 한다. 또한 무형문화재 ‘강릉단오제’를 소재로 한 독무 ‘해를 마시다’를 통하여 문화재가 한국적 창작공연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날 무대는 △수건춤(출연 윤덕경·박주영·반호정, 전북도 무형문화재 제59호 신관철류) △진주교방굿거리춤(출연 박시종, 경남도 무형문화재 제21호 김수악류) △진도북놀이(출연 이노연, 전남도 무형문화재 제18호 박강열류) △태평무(출연 윤덕경·배상복·안수연·안정연,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강선영류) 순으로 이어졌다.
윤덕경은 “사람의 몸짓은 표현을 전제로 하는 춤으로 나타날 때 가장 적절하고 일관성을 갖춘 기준을 만든다. 이에 따라 춤의 문법이 만들어져 형식과 법칙을 만든다”고 한다.
그는 “전통춤은 그 춤의 원인을 제공한 정신과 그에 따른 외형으로 나타나는 언어를 갖고 있다”며 “전통춤 이수자들은 개별 특성에 따라 춤의 모습이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그래서 더욱 원형을 찾으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필요하다”고 말한다.윤 교수가 자신의 55년 춤 인생을 아래처럼 표현한 것과 맥이 닿아 있다. “한땀 한땀 정성을 다한 바느질처럼 숨결로 혼을 깁는 마음의 춤사위. 기쁨도 슬픔도 넘치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춤 인생.”
윤덕경은 13살에 동네 장고소리에 이끌려 춤을 시작했다.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하고, 창작무용을 꾸준히 공연해왔다. 그는 ‘춤의 기본은 전통춤’이라는 사실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꾸준히 정진해온 바로 그런 춤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