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알렘 시리아 외무장관 사망···반기문 총장 만류 뿌리친 유엔연설 ‘주인공’
모알렘 시리아 외무장관, 시리아 국익 위해 56년 국제무대 누벼
[아시아엔=송재걸 기자] 왈리드 알 모알렘 시리아 외무장관이 16일 사망했다.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SANA)과 국영TV는 11월 16일 새벽 “모알렘 장관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향년 79. 구체적인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모알렘 장관이 수년간 심장 질환을 앓아 왔고 그로 인해 최근 건강이 악화되고 있었다고 사나통신은 전했다.
모알렘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측근으로 충성심 강하고 야당에 강경하기로 알려진 인사였다.
1941년 다마스쿠스의 수니파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난 모알렘은 1960년 이집트로 건너가 카이로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그는 외교관으로 탄자니아에서 시작해 △루마니아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등을 거쳐 1990년부터 9년간 미국 워싱턴 주재 시리아 대사로서 근무했다.
미국통으로 인정받은 그는 2006년 외무장관에 임명되었다. 모알렘은 외무장관 부임하자마자 레바논을 방문하여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격려했고, 이는 반이스라엘 전선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알 모알렘은 시리아의 핵심 동맹국인 러시아와 이란을 정기 방문하여 아사드 정권의 정당성을 알렸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알아사드 정부가 야당 인사들과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공로였다. 2014년 스위스에서 열린 정부와 야당과의 두 차례 평화회담 동안 그는 정부의 협상팀을 이끌었다. 회담은 결렬되었지만 알아사드 정부의 핵심인사들이 야당 인사들과 직접 마주앉은 첫 사례로 기록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일화도 유명하다. 모알렘은 유엔이 중재한 시리아 평화회담에서의 장황한 연설 때문에 비난을 받곤 했다. 2014년 그가 유엔 연설 도중 제한시간을 넘기자, 당시 반기문 사무총장은 그에게 연단에서 내려오라고 거듭 요구했다. 하지만 모알렘은 반 총장 요구를 무시한 채 “나는 이번 회담에서 시리아를 대표해 시리아의 비전을 제시할 권리가 있는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11월 11일 다마스쿠스에서 열린 국제난민포럼 개막식에서였다.
그의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이란의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은 조의를 표하며 “그는 시리아의 국익과 안보를 지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찬사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