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누운 그들···김현식·박용하·이영훈·김성재 ‘분당 메모리얼파크’
[아시아엔=편집국] 비가 내리던 어느날 정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분당메모리얼 파크.
때아닌 번개가 천둥을 동반해 비를 뿌린 영장산 중턱에 자리한 故 김현식 (1958.1.7~1990.11.1)의 묘소에선 그가 남기고 간 ‘비처럼 음악처럼’이 흘러나오는 듯했다.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 난 당신을 생각해요
당신이 떠나시던 그 밤에 / 이렇게 비가 왔어요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 난 당신을 생각해요
당신이 떠나시던 그 밤에 / 이렇게 비가 왔어요”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 허리쯤에 숭숭 구멍을 낸 육중한 바위. 그것은 간경화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만 했던 그에게 ‘맘껏 호흡할’ 자유을 주기 위해서일듯···.
김현식은 결코 외롭지 않을 것 같다. 김현식은 두살 아래 음악친구를 죽어서도 옆에 두었으니 얼마나 행복할까? 18년 세월을 사이에 두고 다가온 이영훈(1960.3.6~2008.2.14)의 곡을 새로 받아 기타줄을 조율하고 있을 것 같다.
“이제 모두 세월따라 /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 언덕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 눈덮힌 조그만 교회당”
아, 이영훈의 노랫말대로 비가 퍼붓는 영장산에서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를 가슴 깊이 새기다니··· 비 한방울이 그대 묘비 위를 스치는 순간을 포착하듯, 그건 축복이다, 그리움이다, 기적이다.
그 착하고 여린 박용하(1977.8.12~2010.6.30)의 무덤은 너무 슬프다. 그는 왜 그다지 형들 곁으로 가는 길을 재촉했나? 섧다.
‘용하야, 많이 힘들었지?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이제 형들이 있으니 편히 지내도 된단다. 맘껏 울고, 맘대로 웃고’
김현식과 이영훈이 앞다퉈 위로하는 음성이 들려오는 듯.
“현식 형님, 제가 노래 불러드릴께요. 영훈 형님, 김형석 형이 지어주신 거예요, ‘처음 그날처럼'”
“가야 한다고 어쩔 수 없다고
너의 손 잡은 채 나는 울고만 있었지
언젠가는 꼭 돌아올거라고
그땐 우린 서로 웃을 수 있을 거라고
언젠가 널 다시 만날 그 날이 오면
너를 내 품에 안고 말할꺼야
너만이 내가 살아온 이유였다고
너없인 나도 없다고
언젠가 힘든 이 길이 끝이 나는 날
그대 곁에서 내가 눈 감는 날
기억해 나의 사랑은 니가 마지막이었단 걸
처음 그날처럼”
때아닌 천둥번개를 몰고온 비가 그친 후 유난히 빛난 햇살이 초여름 영장산 초록줄기를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한 모퉁이 막내 김성재의 잠든 곳이 나타난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많아서일까? 묘 주변 곳곳에 놓은 소품들이 그의 죽음을 달래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