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부 리콴유의 차남 리셴양, 총선 ‘와일드 카드’ 될 수 있을까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왼쪽)와 동생 리셴양

[아시아엔=아이반 림 <아시아엔> 선임기자,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 기자 역임] 7월 10일 총선을 앞둔 싱가포르에서 ‘국부’ 故리콴유 전 총리의 차남 리센양이 그의 형 리센룽 총리에 맞서 탄종파가르(Tanjong Pagar, 싱가포르의 역사 깊은 상업 중심지)의 권력기반을 두고 ‘형제의 난’을 벌이고 있다.

동생 센양은 6월 24일 여당 인민행동당(PAP)에서 야당인 전진싱가포르당(PSP)의 탄청복 사무총장으로부터 당원증을 받으며 당적을 바꿨다. 리콴유의 두 아들이 선거 보름을 앞두고 정면으로 맞서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치러지는 이번 싱가포르 총선은 국부 리콴유의 두 아들의 경쟁으로 열기가 더해지고 있다.

2015년 92세의 나이로 별세한 리콴유 전 총리는 1955년 탄종파가르 선거구의 티옹바루 시장에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리콴유는 유서를 통해 ‘1954년 PAP를 설립하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했던 공간인 옥슬리 로드 38번가의 ‘방갈로 저택’을 철거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겼지만, 형제는 이 문제를 두고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형제가 이곳에서 대립했다는 점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싱가포르 옥슬리 38번가에 있는 리콴유 전 총리의 자택. 1940년대부터 2015년 91세로 별세 때까지 리 전 총리는 이 집에서 살았다. 이 집의 처분 문제를 놓고 형제간 이견이 노출되면서 갈등을 겪고 있다. <사진=스트레이트타임즈>

큰 형 셴룽(68) 총리와 그의 두 동생 센양(62)과 리웨이링(65)간의 불화는 가정사에 그치지 않고 정계까지 흘러 들어오고 말았다. 센양은 리셴룽 총리가 이끄는 PSP는 창설자인 리콴유가 씨를 뿌리고 뿌리내린 정치적 독립과 책임성 및 투명성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해 야당과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형과 마찬가지로 싱가포르군에서 장군을 지냈던 리센양은 PSP의 사무총장인 탄에 대해선 “싱가포르 국가와 국민을 위한 헌신하고 있다”고 평했다.

야당 PSP는 △소득 불평등 △주택 문제 △정책 투명성 등을 놓고 여당 PAP와 대결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간담회에서 리센양은 총선 여론조사 실시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고, PSP 사무총장 탄 박사 역시 “여론조사를 언제 해야 적절한 지 잘 알고 있다”며 “선거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날 간담회에서 탄 사무총장은 “센양이 형을 떠나 우리와 함께 한다는 것은 리셴룽 정부가 아버지인 리콴유 총리의 바람에 어긋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럼에도 싱가포르 국민들은 동생 리센양의 야당 합류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여당을 이기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센양의 지지 세력도 존재해, 그가 이번 총선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상존한다. 올해로 80세 고령에 접어든 야당의 탄청복 사무총장이 승리해 ‘마지막 업적’을 남길 수 있을지도 이번 총선의 관전 포인트다. 리센양에게도 이번이 최후이자 유일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PSP가 발표한 6월 26일 제13대 총선 후보군 명단엔 그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며, 최종 등록일인 6월 30일에도 빠졌다. 지난 6월 27일 붉은 야자수 잎이 새겨진 당복을 입고 탄종파가르 선거구 유세현장에서 “리셴룽 총리가 유권자에게 어떤 공약을 내더라도 여기에 현혹되지 말라”고 외치며 백의종군에 나선 리센양. 그는 싱가포르 총선을 야당의 승리로 이끌 ‘와일드 카드’가 될 수 있을까. <요약·번역 송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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