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교육제도-싱가포르] ‘선진국’ 건설에 교육이 ‘1등 공신’

싱가포르 학생들

우리 조상들은 오래 전부터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해왔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종종 잊고 지내는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에 압축돼 표현됐듯,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는 것은 전통사회나 현대사회나 그다지 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교육과 국방은 정상적인 국가라면 어디서나 가장 중시하는 두 축입니다. 국방은 ‘오늘의 우리’를 지켜준다면, 교육은 ‘우리의 미래’를 준비해주기 때문입니다. <매거진N>은 아시아 각국의 교육제도를 살펴봤습니다. 국가 리더십과 교육 관련 비전은 모든 나라에서 일치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편집자

[아시아엔=아이반 림 아시아기자협회 명예회장, 전 스트레이트타임스 선임기자] 올해는 1819년 영국 신사 스탬퍼드 래플스가 싱가포르에 첫 프리미어 학교를 연 지 200년 되는 해다. 래플스 대학은 리콴유 등 많은 싱가포르 유명인사들의 모교이기도 하다. 싱가포르의 교육은 싱가포르가 세계적으로 성장해나가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연 3회에 걸쳐 진행되는 PISA(Programme of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조사를 통하여 OECD는 싱가포르의 15세 중학생들은 과학, 수학, 독해 영역에서 70개국의  동년배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다. 이런 성과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문제 풀이 능력에 대한 비중이 큰 덕분이다. 실제로 싱가포르 학생들이 치르는 정기고사 및 수행평가는 싱가포르 교육시스템의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이같은 시험으로는 PSLE(Primary Six Leaving Examination), GCE(General Certificate of Education) ‘O’(ordinary) 시험과 GCE ‘A’(advanced) 시험 등이 있다. 이들 시험 성적은 학생들이 다음 단계의 학교로 진급할 때나 대학 진학 때 중요한 척도가 된다.

싱가포르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면 초등교육은 의무이다. 홈스쿨링을 받거나 이슬람교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아니라면, 학부모들은 반드시 6세 혹은 7세 자녀들이 6년간의 보통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어떠한 학생이든 다음 단계 교육을 이수하려면 PSLE에 응시해야 한다. 모든 교육은 싱가포르가 다민족 국가인 만큼 영어로 진행된다. 초등 혹은 기초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영어, 국어(영어 이외의 출신 민족별 모국어), 과학, 수학을 배운다. 이외에도 정규 교육과정과 병행되는 다양한 활동이 교실 밖에서도 진행된다.

본래 학생들은 일찍부터 시험을 치렀으나, 아이들의 배움에 대한 긴장감을 덜어주고 즐거움을 높여주기 위하여 금년부터 첫번째 두가지 초등시험이 폐지됐다. 그러나 초등학교 4학년 말에 학생들은 학습 능력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학생 개개인의 학습 능력에 따라 수업내용과 진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초등 5학년 때 학업의 경우 Special, Express, Normal과 기술(수준은 Normal)등 네 가지 트랙으로 학생들을 배정한다. 물론 이와 같이 조기 학급 편성은 뒤늦게 능력을 발휘할 학생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의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교육당국은 보고 있다.

초등 6학년 학생들의 경우 PSLE 시험을 통과하면 네 과목에 대한 T점수에 따라 중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 여기서 학생들은 영어와 더불어 6~10개의 과학과 인문학 과목을 배운 후 GCE ‘O’ 시험을 치르게 된다. 이 시험 결과는 난양미술아카데미(NAFA), 라살예술대학(LASALLE), ITE를 포함한 19개의 2년제 대학, 폴리테크닉, 미술학교 등에서의 합격률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Special과 Express 트랙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은 2년제 대학 및 Millennium Institute에 선발된다. 이들은 Integrated-Train 혹은 Through-Train 프로그램을 이수, ‘O’ 레벨 시험을 건너뛰고 바로 GCE ‘A’나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에 응시할 수 있다. 반면에 Normal 수준의 학생들은 N-level 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들은 GCE ‘O’ 시험을 치르기 전 반드시 1년간의 교육을 더 이수해야 한다. 기술 분야의 학생들의 경우 각 직업 트랙에 해당되는 ITE에 응시하게 된다.

ITE는 결국 ‘저보수 수공업’에 종사하게 될 이른바 ‘저성취’ 학생들이 밟아야 할 마지막 단계라는 의미에서 “It’s The End”의 줄임말이라며 조롱을 받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보다 개선된 ITE 대학들이 공학, 회계, 간호, 의료, 건축, 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 관련된 직종을 위한 기술 터득뿐 아니라 이미 숙련 기술자 등을 위한 2년 과정과 기업의 수습직 등을 제공한다. 덕분에 ITE 졸업생들이 저보수 직장에만 취직한다는 편견은 깨졌다.

기업 위주의 폴리테크닉 역시 공학, 경영학, 회계, 매스컴, 디지털생명공학, 간호, 검안, 항해학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일반적이면서도 전문화된 수업을 들으려는 학생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이다.

실제로는 Special 트랙 집단의 10%와 Express 트랙 집단의 50%가 대학으로 일찍이 진급하며, Normal(기술) 트랙 학생들의 경우 20%는 폴리테크닉, 나머지는 ITE 대학에 입학한다.

2008년에는 25세 성인 중 21.8%가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10년 만에 31.6%로 급증한 것이다. 폴리테크닉 졸업생 역시 12.1%에서 15.1%로 늘어났다. 중등 교육과 중등 이후 교육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비율은 각 17.5%와 9.5%, 나머지 26.5%는 중등 교육자격 요건 이하의 학력을 소유하고 있다.

총 564만명의 싱가포르인 거주자들 중 399만명의 학위 취득을 위한 고군분투는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 집단의 축소에도 불구하고 교육에 대한 2018년 정부지출을 120억 달러로 증가시켰다.

대학 수요 증가에 따라 세워진 새 대학들은 싱가포르국립대학(NUS)과 난양공과대학(NTU)의 정원 부족을 보완해 주었다. 가령 2000년에는 비즈니스와 경영에 특화된 싱가포르경영대가 설립됐으며 그 외에도 싱가포르 기술 및 디자인 대학, 싱가포르 사회과학대학, 싱가포르 공과대학 등이 새로이 세워졌다.

해외 대학 역시 싱가포르에 지역 교육 기관과의 연합이나 캠퍼스 등을 세우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대학으로는 INSEAD 경영 대학원,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뉴욕대 티시 예술대학, 상하이 자오퉁대학, 스탠포드대학, 와세다대학, 코넬 및 뉴욕대 로스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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