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세한도’와 ‘코로나 시대’ 이상적인 친구관계는?

세한도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익자삼우(益者三友)라는 말은 논어(論語) ‘계씨편’(季氏編) 4장에 나온다. 필자는 젊은 시절 “세 명의 친구를 가지면 성공한 인생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살아보니 진짜 벗은 한 명도 어렵다는 걸 실감한다.

친구도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하나는 붕(朋)으로 봉황이 날 듯 새 떼가 함께 무리지어 나는 모습이고, 둘은 우(友)라고 하는데 서로 손(又)을 잡고 돕는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붕’은 동문수학(同門修學)한 벗이고, ‘우’는 동지(同志) 로서의 벗이다.

따라서 같은 스승 밑에서 공부를 함께 하고 뜻을 같이한 벗을 ‘붕우(朋友)’라고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그 사람의 미래를 알고 싶으면 사귀는 벗을 보라고 했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불행은 누가 친구가 아닌지를 보여준다”고 했고, 인디언들도 친구를 가리켜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 했다. 친구는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친구가 진짜 친구다.

‘질풍지경초(疾風知勁草)’라는 말은 ‘모진 바람이 불 때라야 강한 풀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염량세태(炎凉世態)’라는 말은 인간 세상이란 잘나갈 때는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지만, 몰락할 때는 썰물처럼 빠져 나가기 마련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지금 같은 난세에는 특히나 마음을 툭 터놓고 지낼 친구가 그리운 것이 사실이다. 명심보감(明心寶鑑) ‘교우편’(交友篇)에 ‘급난지붕(急難之朋)’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반드시 떠오르는 인물이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다. 한때 잘나가던 추사가 멀고도 먼 제주도로 귀양을 가보니 그렇게 많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누구 한 사람 찾아주는 이가 없었다.

그런 그에게 소식을 전한 이가 있었는데, 예전에 중국에 사절로 함께 간 이상적(李尙迪)이라는 선비다. 그는 중국에서 많은 책을 구입해 그 먼 제주도까지 부친다. 극도의 외로움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던 추사에게 그의 우정은 큰 위로와 감동을 주었다. 추사는 절절한 우정을 한 폭의 그림에 담았는데, 그것이 바로 유명한 세한도(歲寒圖)다.

세한도라는 이름은 ‘날씨가 추워진 연후에야 소나무의 푸름을 안다’는 것으로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야’(歲寒然後 知松栢之後也)라는 논어구절에서 따왔다. 외롭고 힘든 인생길에서 따뜻하고 정겨운 우정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세계적 갑부인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Sam Walton)도 임종이 가까워져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음을 한탄하며 크게 후회했다고 한다.

결국 ‘내가 친구가 없는 이유는 내가 그 사람의 친구가 되어 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좋은 친구를 얻는 일은 전적으로 자신이 하기에 달려 있다. 한편, 친구로 삼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는 예로부터 ‘오무(五無)’를 들고 있다.

‘오무’란 무정(無情), 무례(無禮), 무식(無識), 무도(無道), 무능(無能)한 인간을 말한다. 그러나 남을 탓하기 이전에 자신부터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은 아닌가를 살펴야 함이 도리다.

논어의 ‘계씨편’에는 공자가 제시한 참된 친구의 세 가지 기준이 나온다.

그 유익한 세 친구(益者三友)는 △정직한 사람 △신의가 있는 사람 △견문이 많은 사람이다.

진정한 벗은 수보다 그 깊이와 질이 중요하다. 따라서 내 목을 내주어도 좋을 ‘문경지교(刎經之交)’ 수준의 벗은 아닐지라도 함께 이 땅에 도덕을 바로 세우고 진리를 실현할 수 있다면 ‘익자삼우’가 아닐까 싶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