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관악대상 박희백정형외과 원장 “참 용감했어요”

2008년 서울의대동창회가 주는 함춘대상을 받을 당시의 박희백 원장(오른쪽 세번째)

올림픽 등 국제대회 팀닥터···베트남서 문화대훈장 받아

[아시아엔=박수진 <서울대총동창신문> 기자] “의사는 어딜 가나 희생과 봉사정신이 없으면 안 됩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하는 의사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 삶에 한이 없습니다.”

의사인 박희백(서울대 의학과 51학번) 박희백정형외과의원 원장의 발자취는 의료계와 체육계, 그리고 동창회에 걸쳐 있다. 의협 감사와 고문, 한국의정회장을 지낸 그는 대한체육회 이사와 대한올림픽위원회 의무위원장, 올림픽 및 아시안게임 대표선수단 의무담당 책임위원 등으로도 활동했다.

박희백 원장

서울대총동창회에선 16년간 부회장을 역임하고 고문으로 봉사 중이다. 진료실을 넘어 다양한 현장에서 활약한 박 원장을 지난 3월 30일 만났다. “훌륭한 선후배들이 계시는데 분에 넘치는 상에 선정돼 감사하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1974년 묵동에 박희백정형외과의원을 개업했다. 정형외과 전문의 취득 후 군의관으로 육사 병원장을 지내고 나와 차린 곳이다. 태릉선수촌과 가깝다는 이유로 지정병원이 되면서 열악한 선수촌 사정을 알게 됐다.

“의사도, 물리치료사도 없이 달랑 간호사 한명뿐이었어요. 의사회 지원을 받아 물리치료사를 기용하고 사비로 구급차량을 지원했죠. 인근에서 우리 병원 모르면 간첩으로 통했어요.”

이렇게 체육계와 인연을 맺어 1984년 LA올림픽과 88서울올림픽,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16차례의 해외 스포츠 대회에 팀 닥터로 참여했다. 종목별로 의사를 보낸 외국과 달리 한국은 선수 300명을 팀 닥터 한두 명이 보살피던 시절이다.

주변에선 “경기도 실컷 보고 좋겠다”며 부러워했지만 관람은커녕 밤중에도 선수를 돌보느라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어렵게 금메달을 따온 선수들이 장해 주머니를 털어 용돈까지 줬다.

“의사에 ‘소의’와 ‘중의’, ‘대의’가 있다고 하죠. 병을 치료하는 게 소의고, 중의는 환자의 마음을 함께 돌봐요. 가장 바람직한 개원의죠. 대의는 병든 사회를 고치는 의사입니다. 대의 못지 않게 일선 개원가에서 땀 흘리는 소의와 중의도 중요해요. 선수들의 심리까지 생각해야 하는 팀 닥터는 중의에 가깝죠. 국제 감각도 필요하고요.”

선수단과 출국하면 보름 넘게 병원을 비웠으니 오로지 사명으로 한 일이다. 체육회 일로 분주해 종합병원을 세우겠다는 생각도 접었지만 후회는 없다. “‘아예 체육회 가서 일하라’는 아내와 다투기도 많이 했죠. 아내가 대학 때 테니스 선수여서 내 일을 이해는 해줬어요. 고단한 줄 모르고 열심히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내가 참 기특합니다.” 그 공로로 기린체육훈장과 서울대의대동창회 함춘대상을 받았다.

인터뷰를 하며 그는 “참 용감했다”는 말을 거듭했다. 고교 졸업 후 한국전쟁이 나자 학도병에 지원했다. 군의관 시절엔 파월 장병가족을 개인적으로 치료해준 것이 알려져 청와대에서 포상을 받았다. 포상금을 다시 환자에게 주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월남전에 퀴논 맹호사단 의무참모로 자원해 험지를 오가면서 의술을 펼쳤다.

“부상자를 긴급 후송하는 헬기 운용권을 미군이 갖고 있었어요. 악천후에 환자가 나오면 ‘내가 탄다’고 간청해 겨우 띄웠죠. 한국의 아내한테서 실크니 하는 귀한 걸 공수해 선물도 하고요. 지금도 야전병원에서 친해진 미군들과 연락을 해요.” 현지 민간인 진료에도 힘써 베트남 정부가 문화대훈장을 수여했다. 한국에선 화랑무공훈장과 국가유공자증을 받았다.

서울대 총동창회 사회에 20년 가까이 봉사한 만큼 그는 동창회를 위해 고언을 건넸다. 의대동창회가 함춘회관을 건립할 때 추진위원장을 맡아 40여억원의 건립기금을 모았다. ‘국립대 동창회에서 돈 모으기 쉽지 않구나’ 느끼고 서울대총동창회에 9000만원을 기부해 특지장학금을 운영 중이다.

“장학사업이 잘 된다 해서 그것에만 안주하면 동창회가 발전할 수 없어요. 다른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학교와 협력해서 벤처사업을 육성해보면 어떨까 해요. 다른 사립대의 기부 활동, 동문들의 희생정신을 보고 벤치마킹도 해야 합니다.”

관악대상 수상자 모임을 열어 모교인 서울대와 동창회를 위해 뭘 할 수 있을지 의견을 나눴으면 좋겠다고도 제안했다.

바둑과 골프를 즐기는 박 동문은 서울대 동문 바둑대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슬하에 1남 3녀를 뒀고 사위 두 명이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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