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다시 읽는 우한폐렴 최초 경고 ‘리원량’의 마지막 편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세상에 알리고 숨진 의사 리원량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26일 국내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도 11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는 몽골사람도 포함됐다.

만약 이 사람의 호소가 먹혀들어 갔던들 이런 참사가 일어났을까?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 19’ 확산 위험에 대해 처음으로 경종을 울리고 대책을 호소했던 의사 리원량(李文亮) 얘기다. 그는 대책을 호소하다 당국에 잡혀가 곤욕을 치르고 석방 후 자신도 환자진료 중 끝내 지난 2월 7일 숨졌다.

중국의 우한중앙병원 안과의사였던 그의 ‘마지막 메시지’가 아내 푸쉐제(付雪?)가 정리하여 발표했다. 유서가 너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전문이다.

의사 리원량 추모소에 헌화하는 시민.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처음으로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의 임시 추모소가 우한중심병원에 마련된 가운데 한 시민이 지난 7일 그의 사진 앞에 조화를 바치고 있다.(우한 EPA=연합뉴스)

‘나는 갑니다. 훈계서 한장 가지고!’

동이 트지 않았지만 나는 갑니다. 가야 할 시간, 나루터는 아직 어둡고, 배웅하는 이 없이 눈가에 눈송이만 떨어집니다. 그립습니다. 눈송이가 눈시울을 적십니다. 캄캄한 밤은 어둡고, 어두움에 집집마다 환하던 등불조차 떠올릴 수 없습니다. 일생 빛을 찾았습니다. 스스로 반짝인다 자랑했습니다.
온힘을 다했지만 등불을 켜지는 못했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어젯밤 눈바람 무릅쓰고 나를 보러 왔던 여러분! 가족처럼 저를 지키며 밤새 잠 못 이루던 여러분 감사합니다. 하지만 연약한 인간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본디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입니다. 어느 날 하느님이 나에게 그의 뜻을 백성에게 전하라 하셨습니다.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누군가 나에게 태평한 세상에 소란 피우지 말라며, 도시 가득 화려하게 피어 있는 꽃이 보이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전 세계가 지금의 안녕을 계속 믿게 하기 위해 나는 단지 마개 닫힌 병처럼 입을 다물었습니다. 선홍색 인장으로 내 말이 모두 동화 속 꿈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왕관을 쓴 치명적인 황후는 반란을 위해 속세에 내려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천하는 다시 북적거렸습니다. 누구도 몰랐습니다. 거대한 비극이 곧 성문을 잠그리라고는.
이후 하늘이 대노하고 산하는 시들고 나는 병들었습니다. 내 가족까지 모두 병들었습니다. 우리는 천 송이 만 송이 눈보라처럼 송이송이 흩날렸습니다. 봄이 오고 강물이 녹으면 가족과 만나리라 기대했습니다. 그 때가 되면 노란 유채꽃밭에 앉아 흩날리는 꽃, 송이송이 새며 하루 일분 일초를 보내리라 여겼습니다.
기다렸습니다. 어젯밤 눈 내리기를 기다렸습니다. 하느님이 내 머리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착하지, 나와 같이 가자. 인간은 가치가 없어!” 이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비록 인간은 빈한하고 하늘은 따뜻한 곳이더라도 말이죠. 저승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기 두렵습니다. 고향을 떠올려도 다시는 가족을 만나지 못할 것입니다.
사실 나의 기개는 보증서 한 장으로 죽었습니다. 나는 계속 햇빛이 비치듯 살아 생명을 노래하고 소나무 잣나무를 찬미하고 싶었습니다. 이 나라 이 땅을 깊이 사랑했습니다. 이제 내 육신은 죽지만 한줌 재가 되기 전에 조용히 고향의 검은 땅과 하얀 구름을 떠올립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니 바람은 마음껏 춤추고 눈은 새하얗게 티 한점 없습니다.
삶은 참 좋지만 나는 갑니다. 나는 다시는 가족의 얼굴을 쓰다듬을 수 없습니다. 아이와 함께 우한 동호(東湖)로 봄나들이를 갈 수 없습니다. 부모님과 우한대학 벚꽃놀이를 할 수 없습니다. 흰 구름 깊은 곳까지 연을 날릴 수도 없습니다. 나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아이와 만나기를 꿈꿨습니다. 아들일지 딸일지 태어나면 뜨거운 눈물을 머금고 사람의 물결 속에서 나를 찾을 것입니다. “미안하다, 아이야! 나는 네가 평범한 아버지를 원했음을 잘 안다. 하지만 나는 평민 영웅이 되었구나.”
하늘이 곧 밝습니다. 나는 가야합니다. 한 장의 보증서를 들고서, 이 일생 유일한 행낭입니다. 감사합니다. 세상의 모든 나를 이해하고 나를 동정하고 나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 나는 당신들이 모두 동트는 새벽을, 내가 산마루 건너기를 기다릴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피곤합니다.
이번 생애 태산보다 무겁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새털처럼 가볍기를 두려워하지도 않았습니다. 유일한 바람은 얼음과 눈이 녹은 뒤 세상 모든 이가 여전히 대지를 사랑하고 여전히 조국을 믿기를 희망합니다. 봄이 와 벼락이 칠 때 만일 누군가 나를 기념하려는 이가 있다면 나를 위해 작디작은 비석하나 세워주기 바랍니다! 우람할 필요 없습니다. 내가 이 세상을 왔다 갔음을 증명해 줄 수만 있으면 됩니다. 이름과 성은 있었지만 아는 것도 두려움도 없었다고.
내 묘지명은 한 마디로 충분합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하여 말을 했습니다.”(他爲蒼生說過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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