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쉬장룬 등 ‘시진핑 비판’ 중국인 잇단 행방불명···정부, 압제적 수단 동원?
[아시아엔=송재걸 기자]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 현황과 중국 정부의 미흡한 대책을 지적한 중국인들이 연달아 실종되고 있다.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에서 현장 실태를 영상으로 알린 시민기자 2명에 이어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판한 저명한 교수도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최고 명문대학인 칭화대 법대 교수 쉬장룬의 친구들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일요판 옵서버를 통해 “수일 동안 그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쉬장룬은 중국의 코로나19 위기와 관련해 시 주석을 비판하는 글을 공개적으로 올린 바 있다. 그는 가장 최근 올린 글에서 “내가 처벌을 당할 거라고 너무나 쉽게 예견할 수 있다. 틀림없이 이건 내가 이번 생에 쓰는 마지막 글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자신이 1년여 전에도 중국 정부를 겨냥한 비판적인 글을 올렸다가 자유를 제약당한 적이 있다며 직무 정지와 교수직 박탈 경험을 털어놓았다.
쉬장룬은 ‘분노하는 인민은 더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글을 해외 여러 웹사이트에 기고했으며, 이 글에는 “중국이 코로나19 조기 대응에 실패한 것은 시민사회와 언론의 자유가 억압적인 중국 정부에 의해 말살됐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담겼다.
쉬 교수는 중국 내 지식인 수백 명과 함께 최근 중국 의회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표현의 자유 보장’ 등 5대 요구의 수용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에도 서명했다.
쉬 교수의 지인들은 문제의 글을 올린 뒤 쉬 교수의 위챗(중국 최대 메신저) 계정이 차단됐고 수일 동안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옵서버에 전했다. 옵서버도 그의 개인번호로 연락을 시도했으나 응답이 없었다고 전했다.
현재 웨이보(중국 최대 SNS)에서 쉬 교수의 이름은 삭제되었으며 중국 최대 검색엔진인 바이두에서도 그의 글 대부분이 사라진 상태이다. 지인들은 옵서버와의 인터뷰에서 “쉬 교수가 갑자기 사라진 것은 코로나19 와 관련해 검열을 강화한 당국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쉬 교수 이외에도 코로나19 전파 현황을 전한 중국인들이 연이어 사라지고 있다. 우한의 암울한 실태를 영상으로 전하고 당국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했던 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는 지난 2월 6일 행방이 묘연해졌다. 의류판매업자 출신 시민기자 팡빈은 우한의 한 병원에 사체로 가득찬 승합차 영상과 시진핑을 독재자로 비판한 영상 등을 올린 뒤 실종됐다.
천추스는 사태 이전에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지만, 팡빈은 사태 전까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존재였다. 팡빈은 우한의 한 병원 밖에 주차된 베이지색 승합차의 열린 문틈으로 시신을 담은 포대가 8개 놓인 것을 포착한 40분짜리 영상으로 인터넷에서 유명해졌다. 영상에서 그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었다”며 괴로워했다.
NYT는 “천추스와 팡빈의 이같은 영상 저널리즘은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일반 중국인들 사이의 불만을 나타내는 징후이지만, 이들의 행방이 갑자기 묘연해지는 일련의 사태는 집권 공산당이 언론의 자유에 대한 통제를 풀어줄 의사가 전혀 없음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현재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 온라인에서는 천추스와 팡빈의 이름이 거의 검색되지 않는다.
앞서 지난 1월 코로나19 전파를 감지하고 우한에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고 외부에 알린 의사 리원량은 유언비어 유포자로 당국의 처벌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이후 환자를 치료하던 중 코로나19에 감염, 사망했다. 중국 내에서는 리원량의 사망에 당국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2월 18일 현재 중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수가 1800명을 넘고, 확진자는 7만2000명을 넘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생위)는 사이트를 통해 이날 오전 0시를 기준으로 코로나19 사망자가 총 1868명, 확진자는 총 7만2436명이라고 발표했다. 17일 하루동안에만 사망자는 98명, 확진자는 1886명이 증가했다. 지역별로 후베이성에서 93명, 허난성에서 3명, 허베이성과 후난성에서 각각 1명이 숨졌다.
이밖에 전국적으로 중증 환자는 1만1741명, 누적 퇴원환자는 1만2552명이다. 사망자와 퇴원자를 제외하고 현재 확진자수는 5만8016명이다. 또 전국적으로 감염자와 밀접접촉한 사람은 56만901명으로 파악됐다. 이중 14만1552명이 현재 의료진의 관찰을 받고 있다. 후베이성에서는 17일 하루동안 확진자가 1807명 늘었고, 사망자는 93명이 증가했다. 18일 0시 기준 후베이성의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5만9989명, 1789명으로 집계됐다.
위원회는 본토 이외 홍콩에서 60명(퇴원 2명, 사망 1명), 마카오에서 10명(퇴원 5명)의 확진자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대만에서도 22명(퇴원 2명, 사망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