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체제’ 뒤흔드는 코로나19 사태

코로나사태로 성장과 발전을 신주단지처럼 모셔온 자본주의 체제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무엇보다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와 배치되는 정책들이 앞다퉈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5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일대에서 육군 2작전 사령부 소속 장병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아시아엔=송재걸 <아시아엔> 기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의 주가·유가가 30% 이상 폭락해 관련 산업이 침체하면서 대부분의 국가가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올해 2/4분기 미국의 국민총생산이 30% 이상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들의 채무 불이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은 전 국민에게 한화 124만원의 재난기본수당 제공 등 재정정책을 발표했다. 840조원의 양적완화에도 시장이 안정되지 않자 무제한 양적완화를 발표했다. 유럽 주요 20개국은 코로나19 관련 4000조원의 부양책을 내놓은데 이어 추가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이것들은 모두 국가권력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고 시장의 기능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에 반하는 정책이다.

기준금리를 한번에 1%나 인하해 제로금리(0~0.25%)가 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추고 있다. 휴직한 노동자의 임금을 국가가 지원하고 정부 차입을 늘리고 있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금융자산을 매입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국가 차원의 경제 관리를 불가피하게 만들었다는 방증이다.

신자유주의를 경제이념으로 채택한 국가들은 1980년대 이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신자유주의는 세계적인 경제체제로 부상한 것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미국의 대형 모기지론 대부업체들의 연쇄 파산으로 시작한 경제위기)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신자유주의 체제가 위기를 맞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코로나사태가 확산되면서 각국 정부들은 신자유주의 체제와 배치되는 조처를 취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실업자가 최대 2470만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실업자는 2200만명이었다. 고용 감소에 따른 근로자들의 소득도 올해 말까지 최소 8600억∼3조4000억 달러(약 1081조∼4274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노동기구는 “특히 저임금 노동자와 여성, 이주민 취약 계층이 일자리 위기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코로나19는 글로벌 보건 위기를 넘어 노동시장과 경제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는 백신의 개발까지 코로나19 사태를 관리하는 거의 유일한 방안은 사회적 거리두기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방안은 경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및 유통이 큰 폭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가 지금까지 가장 성공한 형태라고 믿어 온 경제체제인 신자유주의 구조를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리고 있다. 미국 의료보험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치솟고 있으며, 마스크 등의 필수품은 국가가 관리하고 있다. 새로운 경제체제와 전 국민을 위한 공공의료 등 보편 복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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