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왕족 장관들 폭로전으로 정국 ‘대혼란’···총리 교체·국왕 아들도 장관직 해임
[아시아엔=이진규 <아시아엔> 기자] 쿠웨이트 내각이 지난 일주일 대대적인 변화를 겪었다. 변화의 시발점은 현 쿠웨이트 행정부의 부패 의혹이다. 내각 관료들을 대상으로 한 연이은 국회 청문회 끝에 제난 라마단 공공사업부 장관이 11월 12일 사퇴했다. 야당의원 10명은 셰이크 자바 알 무바라크 알 사바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표결에 붙일 것을 요구했다.
20일로 정해진 표결을 앞두고 자바 알 무바라크 알 사바 총리는 14일 사임하며 8년간 맡아온 총리직을 떠났다.
총리 사임 이틀 후인 16일, 셰이크 칼레드 알 자라 알 사바 내무부 장관과 셰이크 나세르 사바 알 아흐마드 알 사바 국방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나세르 국방부 장관은 칼레드 내무부 장관이 국방부 장관을 맡을 당시 5명의 군 고위 간부와 함께 2억4천 쿠웨이트 디나르(약 930억원)를 횡령했다고 쿠웨이트 군대 트위터 계정을 통해 주장했다.
앞서 나세르 국방장관은 칼레드 내무장관의 횡령 혐의를 자바 총리에게 전달했고, 총리가 결단을 내리기 전까지 내각 회의에 불참했다고 덧붙였다. 자바 총리는 칼레드 장관의 혐의를 조사할 위원회를 구성했으나, 나세르 장관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이 사건을 검찰에게 넘겼다. 나세르 현 국방장관은 “자바 총리의 사임 목적은 정부가 내각 재구성에 바로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군 자금 횡령에 대한 질의를 회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칼레드 내무장관은 근거 없는 모함으로 인해 자신과 자신의 집안 위신이 깎였다며 나세르 국방장관을 비난했다.
결국 쿠웨이트 국왕 사바 알 아흐마드 알 자바 알 사바는 18일 칼레드 장관과 자신의 아들인 나세르 장관 두 사람 모두 해임했다. 이어 사임한 자바 전 총리에게 총리직을 다시 맡기고 내각을 재구성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바 전 총리는 언론의 음해성 보도와 비난 속에서 자신의 결백을 밝히는 게 우선이라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같은 날 국왕은 공식성명을 통해 “그 누구도 공금 횡령을 하고서 처벌을 회피할 수 없으며 이번 횡령 사건의 조사 과정을 직접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과 국민에 대해 “사법부가 맡은 사안에 대해 설왕설래하지 말고 사법부를 신뢰해달라”고 당부했다. 국왕은 19일 셰이크 사바 알 칼리드 알 하마드 알 사바 외무부 장관을 총리로 선임하며 “부패를 척결하고 내각을 재구성해달라”고 당부했다.
의원들은 새 총리 선임을 지지하며 명확한 개혁안을 제시하는 강한 정부를 수립해줄 것을 요청했다. 왕족 출신 현직 국방장관이 역시 왕족 출신의 전직 국방장관이자 현직 내무장관의 국방장관 재직시 거액횡령혐의를 폭로함으로써 시작된 이번 쿠웨이트 정치 스캔들이 어떻게 귀결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