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사우디 여성 “마침내 자유를 얻다”···강제결혼 굴레 벗고 캐나다 ‘안착’

라하프 모하메드

[아시아엔=편집국] 강제결혼과 가부장적인 집안의 학대로부터 도피하려던 18살 사우디아라비아 소녀가 태국에서 붙잡혀 본국으로 강제 송환될 위기에 처했다. 소녀는 트위터에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리며 “송환되면 나는 살해당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라하프 모하메드 알 쿠넌이란 이름을 가진 18살 소녀가 1월 5일(현지시각) 저녁 태국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대사관 직원들에게 붙잡혀 여권을 빼앗겼다. 이후 태국 이민당국은 여권 미소지를 이유로 “라하프를 공항 호텔에 머무르게 했다. 7일 오전 그녀를 쿠웨이트를 거쳐 사우디로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하프는 가족과 함께 쿠웨이트를 방문한 틈을 타 비행기를 타고 도망쳤다. 가족의 폭력과 살해 협박, 강제결혼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서였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은 남성 친지의 승인이 있어야 출국이 가능한데 쿠웨이트에서는 여성 혼자서도 비행기를 탈 수 있다. 그녀는 이 기회를 노려 호주로 가서 망명신청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환승지인 태국 수완나품 공항에서 탈출 시도가 좌절됐다.

라하프는 사우디로 송환되면 자신의 아버지에게 살해될 걸로 확신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라하프는 “아버지는 내가 머리카락을 마음대로 잘랐다는 이유로 나를 6개월간 독방에 감금했었다”고 밝혔다.

라하프는 자신의 상황을 트위터를 통해 외부에 알렸다. 첫 트윗은 “내 이름은 라하프 모하메드입니다. 가족과 사우디·쿠웨이트 대사관 직원이 나를 쫓는 걸 그만두지 않으면 내 이름 전체를 밝힐 것입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공항에서 여권을 빼앗기고, 강제로 억류되는 상황을 영상으로 찍어 실시간으로 알렸다. 라하프는 “나는 지금 호텔방에 갇혀 있는데, 내일 쿠웨이트를 통해 사우디로 송환될 예정이다. 태국경찰이 협조를 거절해 유엔난민기구(UNHCR)에 보호 요청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썼다.

라하프는 이어 트위터에 “나는 혼자서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성인으로 원하는 대로 공부하고, 일하고 싶은데 사우디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썼다. 라하프가 5일 개설한 것으로 추정한 트위터 계정은 3일만에 2만5000명 팔로워가 모였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saferahaf’(라하프를 구하자)라는 태그를 달며, 그녀의 사연을 널리 알리고 태국과 사우디 정부를 비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도 라하프를 구하기 위해 나섰다.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지부 필 로버트슨 부국장은 “타국 대사관 직원이 공항 내부를 드나들며 여행자 여권을 압수하게 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라며 태국 당국을 비판했다.

주 방콕 사우디대사관은 “라하프가 여권을 빼앗긴 적 없으며, 돌아갈 비행기표를 지참하지 않았기 때문에 붙잡혀있는 것”이라고 BBC에 전했다. 라하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즉각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3~4일간의 숨막히는 시간이 흐른 후 라하프는 12일 캐나다 토론토에 무사히 발을 디뎠다. 라하프의 망명소식을 들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아무 조건없이 그녀의 망명을 받아주겠다”고 밝힌 것이다.

18살 소녀 라하프는 “그냥 가족문제일 뿐”이라던 태국당국이나, 21세기에도 여전히 남녀차별 족쇄를 풀지 않는 모국 사우디와 맞서 마침내 자유를 ‘쟁취’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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