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삼성 설립자가 이건희 회장에게 준 휘호 두개

이병철 삼성 창립회장과 아들 이건희 회장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어디를 가나 이중인격자(二重人格者)를 만나게 된다.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어딜 가나 한명쯤은 꼭 만나게 되는 ‘진상형 인간’을 어찌하면 좋을까?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사람. 윗사람에게는 굽실거리고 아랫사람은 짓밟는 이중인격자. 이런 인간 유형들은 위계질서를 좋아하고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과 지시를 따를 때 편안함을 느낀다. 이들은 자기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들, 권력 있고, 돈 많은 사람들에밖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이런 사람을 이기려면 우선 우리의 인격을 도야(陶冶)해야만 이중인격자가 범접을 못할 것 같다. 그럼 우리의 인격을 높이려면 어떤 수양을 하면 좋을까? 그 수양에는 외 수양(外修養)과 내 수양(內修養)이 있다.

외수양은 밖으로 경계(境界)를 대치하는 공부다.

첫째, 피경(避境)공부다. 처음 공부할 때는 밖에서 유혹하는 경계를 멀리 피하는 것이다.

둘째, 사사(捨事)공부다. 긴급하지 않은 일과 너무 번잡한 일은 놓아버리는 것이다.

셋째, 의법(依法)공부다. 해탈(解脫)의 법을 믿어 받들고 진리로 안심을 구하는 것이다.

넷째, 다문(多聞)공부다. 위인들의 관대한 실화를 많이 들어 항상 국량(局量)을 크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자연히 바깥 경계가 평정되어 마음이 편안해져 ‘외 수양’을 얻게 된다. 그럼 내수양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첫째, 집심(執心)공부다. 염불이나 좌선을 할 때와 일체 때에 마음을 잘 붙잡아 외경(外境)에 흘러가지 않게 하기를 소 길들이는 이가 고삐를 잡고 놓지 않듯 한다.

둘째, 관심(觀心)공부다. 집심공부가 잘 되면 마음을 놓아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면서 다만 마음 가는 것을 보아 그 망념(妄念)만 제재하기를 소 길들이는 이가 고삐는 놓고 소가 가는 것만 제재하듯 하는 것이다.

셋째, 무심(無心)공부다. 관심공부가 순숙(純熟)하면 본다는 상(相)도 놓아서 관(觀)하되 관하는 바가 없기를 소 길들이는 이가 사람과 소가 둘 아닌 지경에 들어가 동(動)과 정(靜)이 한결 같이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외 수양과 내 수양’을 하여 한 마음이 청정하면 백천(百千) 외경이 다 청정하여 어떠한 경계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법력을 얻게 된다.

고(故) 호암(湖巖) 이병철 회장은 후계자인 이건희 회장에게 두 가지 휘호(揮毫)를 남겼다고 한다.

하나는 ‘경청(傾聽)’이고 또 하나는 ‘목계(木鷄)’다. ‘목계지덕’은 장자(莊子) <달생 편>(達生篇)의 우화(寓話)에서 나온 말이다. 호암의 경영 15계명이 있다. 그 중 14계명인 이 말은 경영자가 가져야 할 ‘나무 닭’과 같은 평정심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건희 회장은 업무 브리핑에서 사실을 직시할 뿐 현란한 부사와 형용사를 쓰지 못하게 했다.

그러니까 이 ‘경청’과 ‘목계’는 바로 ‘외 수양’과 ‘내 수양’
공부를 연마해 어떤 이중인격자나 아첨꾼을 만나도, 모진 경영의 위기가 닥쳐도 마음을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게 하라는 유언일 것이다. 왜냐하면 경영자가 평상심을 잃으면 모두를 잃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계를 당하여 흔들리지 않기가 쉽지 않다. 참고 또 참아 ‘외 수양과 내 수양’을 단련하면, 영단(靈丹)이 모인다. 그리고 꾸준히 이 법을 수양하면, 심력(心力)이 쌓여 매사에 자재(自在)함을 얻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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