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 산실 ‘세실극장‘ 이끈 이영윤씨 별세···故 신영복씨 ’옥중서신‘ 묶어 발간

세실극장을 세운 문화기획자 이영윤씨. <경향신문 자료사진>

[아시아엔=편집국] 한국대학마당극의 선구자이자 1980년대 한국 창작극의 산실 세실극장을 이끈 문화기획자 이영윤씨가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별세했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향년 79.

이영윤씨는 서울 정동 세실극장을 소극장 연극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게 한 인물이다. 대학시절엔 민속운동 서클에서 활동했다. 이후 극단 민예 기획자로 일하다가 극작가 김지일씨와 함께 ‘마당 기획’을 설립하고 세실극장을 인수했다.

1981년 1월 <토선생전>을 무대에 올리고 1997년 외환위기로 극장을 넘길 때까지 세실극장과 세실레스토랑을 운영하며 한국 연극사에 많은 자취를 남겼다.

그는 재야문화계의 마당발이었고, 권위주의 정부 시절 세실극장과 세실레스토랑은 ‘재야의 아지트’가 됐다.

전통적인 마당극의 퇴조 이후 새롭게 마당놀이가 떠오르며 열풍을 일으킨 데도 그의 손길이 있었다. 그가 1981년 문화방송과 손잡고 손진책 연출의 <허생전>을 선보인 게 마당놀이의 시초가 됐다. 1984년 배우들이 무대에서 물건을 파는 파격적 기획으로 주목받은 <장터에 난리났네>는 그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고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뒤 사회에 다시 정착하는 과정에도 이씨의 역할이 컸다. 두 사람은 대학동창으로 절친한 사이였다. 그는 1993년 신 교수가 옥중에서 보낸 글을 모아 <엽서>를 펴내는 작업을 주도했다.

신영복의 엽서

1969년부터 1988년까지 쓰여진 230여장의 엽서를 모은 책이다. 이씨는 직접 쓴 <엽서>의 서문에서 “사람이 그리운 시절에 그 앞에 잠시 멈출 수 있는 인간의 초상을 만난다는 것은 행복”이라고 적었다.

1995년 연극 <장준하>를 준비하던 중 쓰러져 지난 20여년간 자녀들이 거주하는 미국에서 투병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으로는 부인 임경자씨와 아들 태정씨, 딸 진아·선아씨, 며느리 조호정씨와 사위 조기현씨가 있다.

장례식장은 로스앤젤레스 성가브리엘성당, 발인 30일 오전 10시. (070)4127-9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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