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캐리 람 행정장관 ‘송환법 사망’ 선언···시위·갈등 장기화
람 행정장관 사퇴·시위대 처벌 면제·민주화 요구로 확대
[아시아엔=이정철 기자, 연합뉴스] 지난달 9일 100만명(주최측 추산)이 넘는 시민이 거리로 나온 가운데 진행된 대규모 시위 이후 캐리 람 행정장관이 이끄는 홍콩 정부는 9일 현재 송환법 추진을 사실상 중단하는 등 시민들의 일부 요구를 수용하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그간 ‘홍콩의 중국화’에 불만을 품어온 시민들의 요구는 송환법 반대에 그치지 않고 △람 장관의 사퇴 △시위대 처벌 면제 △경찰 ‘과잉 진압’ 책임자 처벌 △민주 선거 요구 등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향후 정부와 시위대 간의 대립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9일 “다수 시민이 반대해온 범죄인 인도법안이 사망했다”고 선언했다.
일부 강경 시위대의 홍콩 입법회 점거 사건 후 첫 주말 집회가 열린 지난 7일에도 대규모 인원이 집회와 시위에 참여하는 등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람 장관은 ‘송환법 사망’ 공개 선언으로 민심 수습을 시도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람 장관은 이날 정부 청사에서 주례 회의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송환법안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앞서 람 장관은 홍콩시민들의 대규모 저항에 직면하자 송환법 추진 ‘무기한 보류’ 방침을 밝히면서 “2020년 6월이 되면 현 입법회 임기가 끝나므로 송환법은 기한이 다 되거나 죽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람 장관의 이날 ‘송환법 사망’ 발언은 반대 진영의 법안 완전 철폐 요구가 사실상 이미 수용했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람 장관은 법안을 정식으로 철회하겠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아울러 람 장관은 “경찰의 과잉 진압 여부를 판단할 위원회도 가동하겠다”면서 송환법 반대 진영의 요구를 추가 수용했다.
그는 “독립적인 ‘경찰불만위원회'(Police Complaints Council)를 만들어 조사를 진행하겠다”면서 “시위대, 경찰, 언론 등 모든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람 장관은 또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학생들과 ‘열린 대화’에 나서고 싶다”는 뜻도 피력했다.
앞서 홍콩 정부는 대학생 대표들에게 소수만 참여한 비공개 대화를 제의했다. 이에 대학생 대표들은 공개 대화, 시위 체포자들의 처벌 면제라는 양대 선결 조건이 충족되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람 장관은 이날 홍콩 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믿음이 취약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송환법 반대 운동에 나선 많은 홍콩 시민은 중국 본토의 강한 지지를 받는 람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람 장관은 맡은 임무를 계속 수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 정부도 향후 사태를 ‘수수방관’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공개적으로 홍콩 정부가 입법회 점거 등 ‘불법 행동’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주문하는가 하면 홍콩 앞바다에서 진행한 인민해방군의 군사 훈련 사진을 공개하는 ‘무력시위’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