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선관위’도 에르도안 손아귀에···”이스탄불 시장선거 무효”에 야당 반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야권 “이스탄불 선거 무효면 에르도안 당선도 무효”

CHP, 선거당국에 작년 대선·총선 결과 취소신청 제출

[아시아엔=알파고 시나씨 기자, 연합뉴스] 이스탄불 시장 선거 승리를 ‘빼앗긴’ 터키 야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작년 대선 승리도 같은 사유로 취소하라고 선거 당국에 요구했다.

터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은 8일(현지시각) “작년 대선과 총선, 올해 3월 치러진 지방선거 이스탄불 구청장 선거 결과를 취소하라”고 최고선거위원회(YSK)에 요청했다.

앞서 6일 YSK는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공무원이 아닌 투·개표감시원이 수백명 확인됐다는 이유를 들어 야당이 승리한 선거를 무효로 판단하고, 다음달 23일 재선거를 하라고 결정했다.

집권 ‘정의개발당'(AKP)은 ‘불법’ 투·개표감시원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자 YSK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CHP는 “YSK의 결정이 정당하다면 같은 투표소에서 진행된 이스탄불 39개구(區) 선거 결과도 함께 취소돼야 한다”며 “같은 방식으로 투·개표감시원을 선정, 배치한 작년 대통령선거와 총선 결과도 무효”라고 지적했다.

CHP 소속 의원 무하렘 에르케크는 YSK에 선거 결과 무효 신청을 제출한 후 취재진과 만나 “이스탄불 지방선거 결과가 오염됐다면, 작년 6월 선거(대선, 총선) 결과도 오염됐다고 해야 맞는다”고 말했다. 에르케크 의원에 따르면 작년 대선·총선에서 공무원이 아닌 투·개표감시원이 1만명에 이른다.

그는 “YSK가 (투·개표감시원의 공무원 신분 여부로) 에크렘 이마모을루의 당선을 무효로 한다면, 에르도안 대통령 당선도 무효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HP는 “YSK가 대선·총선 결과를 무효로 판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로써 불공정성을 만천하에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르케크 의원은 “우리는 (YSK를) 신뢰하지 않는다”면서 “이것은 그저 CHP와 이마모을루 후보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이라고 선언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무리수를 두며 이스탄불 시장 선거 뒤집기에 나선 의도로는 이스탄불의 정치적 의미와 상징성, 막대한 정치자금 등의 이유에서다.

터키 정치에는 “이스탄불에서 승리하는 자가 터키에서 승리한다”는 속설이 있다. 특히 이스탄불은 1994년 당시 정치 신인 에르도안이 시장으로 당선되며 터키 정치의 중심으로 부상한 곳으로, 그의 정치적 고향에 해당한다.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 광역시장을 내줄 경우 막대한 이권과 자금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도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이스탄불 소재 빌기대학의 엠레 에르도안 교수(정치학)는 AFP통신에 “이스탄불 광역시는 막대한 자금이 움직이는 분야를 관리하는데, 이 자금은 줄곧 AKP 지지자들에게 흘러갔다”면서 “이스탄불 광역시장 선거 패배는 AKP를 돌리는 힘이 크게 약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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