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제1야당 대표 피습사건’ 무엇을 남겼나?
[아시아엔=알파고 시나씨 기자] 4월 20일 터키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쿠르드 무장조직과 전투를 벌이다가 사망한 터키 병사의 장례식에서 제1야당 대표가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폭행을 가한 사람들은 애초엔 순직 병사의 친척으로 알려졌으나 조사 결과 일반시민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일반시민이 장례식장의 애도 분위기에서 유명한 정치인 왜 이런 폭행을 가했을까?
불과 몇주 전의 일이다. 지방선거 유세 지원을 위해 이스탄불 남쪽 쿠타햐 지역을 방문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뉴질랜드 테러사건 영상 편집본을 보여주며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테러가 터키와 이슬람에 대한 공격의 일환”이라고 선동했다. 에르도안은 거기서 한발 더 나갔다. 영상 뒷부분에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의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모습이 등장할 무렵 에르도안은 “클르츠다로을루는 이슬람교도를 반대해온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터키 지방선거가 3월 31일 막을 내렸으나 에르도안의 집권여당은 제1도시 이스탄불과 수도 앙카라 등의 여러 광역시를 야당에 내놓아야 했다. 또 지지율도 크게 떨어졌다. 에르도안 세력은 지방선거 유세 중 제1야당을 ‘테러의 배후’로 공격했으나 국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터키 국민들은 제1야당 대표를 에르도안 세력이 의도한 대로 ‘매국노’로 인식하게 됐다. 특히 최근 들어 이스탄불과 앙카라 시장이 여권에서 야권에 넘어가면서 친정부 언론들은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이 친(親)쿠르드 정당과 연계했다”는 여당의 비판을 대서 특필했다. 이에 일부 국민들은 이 보도에 동조하였다.
정치평론가들은 장례식에서의 야당대표 피습 사건을 일부 시민들의 분노 탓보다는 여권세력이 정치 목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에르도안 대통령을 필두로 여당의 국회의원이나 당원에 이르기까지 연일 언론을 통해 야당 대표를 ‘테러의 배후’로 지목함에 따라 일부 국민들이 이에 동조하여 우발적으로 폭행에 나섰다는 얘기다.
터키 정치권에서 사용된 이같은 막말과 음해전략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터키의 국민통합은 갈수록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식인 사회에서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