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담장마을을 찾아서···부여 반교마을
충남 부여군 외산면 반교리 반교마을. 이 마을 돌담길은 2006년 12월4일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제280호)로 지정됐다. 같은 날,?전남 청산도 상서마을(제279호), 흑산도 사리마을(제282호), 비금도 내촌마을(제283호), 경남 산청 남사마을(제281호) 등 다섯 곳도 등록문화재가 됐다.
문화재청에 ‘옛 담장 마을’로 지정된 등록문화재는 모두 17곳이다. 원래는 18곳이었는데 경북 성주 한개마을이 지정문화재로 변경됐다. 경북 군위 한밤마을은 등록 중 취소됐다고 한다.
반교마을을 둘러보면 돌담은 있어도 문 없는 집들이 많다. 방범용이라기 보다는?방풍용인 듯 하다.
원래 이 마을은 땅을 파면 모두 돌이라 물이 고이지 못해 가뭄이 심했다. 어디든 파기만 하면 돌담이 하나 생겼다. 돌담은 주변 밭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자연석인 호박돌로 쌓았다. 폭은 90cm 정도, 높이는 1.5~2m가 된다. 하부에 폭이 큰 지대석을 두 줄로 놓고 위로 가며 작은 돌을 쌓았다. 중간에는 흙과 주먹돌로 채운다. 밭의 경계에도 담을 쌓았다. 밭 둘레 돌담은 2~3단 정도로 낮아 집에 쌓은 담과는 차이가 난다.
홍산에서 시집와 이곳에서 40여 년을 살았다는 주민 구경희(59)씨는 안내를 자처하며 “돌담이 예뻐서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했다.
“원래 120여 가구가 살았는데 지금은 한 80여 집 살지. 젊은 애들은 없어. 근데 (유홍준 前 문화재청장) 오시고 난 후에는 젊은 사람들도 많이 와. 사진 찍으러도 많이 오고. 어떤 때는 아예 전화해서 사람들이 많이 왔느냐 묻기도 하고….”
‘휴휴당(休休堂)’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2006년 이 마을에 지은 집으로 유 전 청장은 일주일에 닷새는 도시에서, 이틀은 이 집에서 지내고 있다(5도 2촌). 1년 가까이 걸려 완성된 이 집의 뜻은 ‘쉬고 또 쉬는 집.’
주민에게 그는 아직도 ‘청장님’이다. 2004년 9월 문화재청장이 되고 2008년 2월 숭례문 화재 사건 이후 물러난 뒤에도 마을에선 여전히 그렇게 불린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생활에 불편함은 없느냐는 질문에 구씨는 “우리야 손님들도 오고 하니까 괜히 신나고 더 열심히 일하고 가꾸게 되지. 여기 오는 사람들은 점잖다. 조용한 사람들이 와서 좋다”며 “원래는 돌담이 더 많이 있었는데 허물어지고 돌이 빠지곤 해서 새로 쌓은 것도 많고 정리도 많이 했어. 문화재 만든다고 청소도 직접 했고,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라 다 자발적으로 한 거야. 마을 길도 새로 깔았어.”
“교회가 있는 언덕에서 마을을 보면 전체가 다 보여, 아주 이뻐”
아주머니가 일러준 곳에 가보니 과연 아담하게 보이는?마을이 때마침 내리깔리는 안개에 서서히 묻히며 장작 타는 연기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다.
길은 길로 이어지고 담은 또 다른 담으로 연결되는 반교마을. 이 마을에 본격적으로 꽃피는 봄이 오면 돌담길이 얼마나 더 예쁘고 아기자기할 지 기다려진다.
민경찬 기자 kris@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