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정취 물씬···산청 ‘남사예담촌’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남사예담촌’

경남 산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9경 중 6경에 해당하는 ‘남사예담촌’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제1호’로 지정됐다. 향촌마을의 아름다움과 정서를 고이 간직하고 있는 이 마을 돌담길은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제281호(2006.12.4 등재)이다.

예담촌의 명물 X자형 회화나무

예담촌의 명물 ‘X’자 회화나무

예담촌의 명물은 이씨 고가 앞 수령 300년의 X자형 회화나무이다. 이 나무를 심으면 집안에서 훌륭한 인재가 난다고 한다. 또 부부나무라 해서 부부가 손잡고 이 나무 아래를 통과하면 금실 좋게 백년해로한다고 전해진다.

허리 높이까지 푸른 이끼에 뒤덮인 회화나무는 풍수 지리상 화기를 막기 위해 심어졌는데 그 덕인지 미군 폭격으로 마을이 불바다가 됐을 때도 이씨 고가는 멀쩡했다고 한다.

회화나무를 덮은 이끼에 봄비가 맺혀있다.

“지금이야 이 나무가 유명하지만 내가 어릴 때는 회화나무가 그런 모양으로 있는지도 몰랐지요.” 문화해설사이자 정씨 문중 재실인 사양정사를 관리하는 정구화(76) 씨는 “예전에는 타성(他姓) 지역에 가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어서 이씨 문중의 회화나무에 놀러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한다.

당시엔?여성이 타성 지역을 방문할 때에는 적어도 일주일 전에 통보하고 찾아가는 것이 관례였으며 남자들도 여성이 불편한 정도는 아니더라도 편하지는 않았다고 한다.?일단 손님으로 찾아가면 맞는 쪽에서는 정성껏 준비한 음식으로 깍듯하게?대접했다고 한다.

“어릴 때 형수님 방에서 놀다가 크게 혼났었지요. 남녀칠세부동석이 엄격히 지켜졌거든요”라며 웃는 정구화 씨

그렇다면 동네 돌아가는 소식은 어떻게 듣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하인을 통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양정사 입구의 담장

담쟁이넝쿨이 자아내는 아름다운 풍경

남사마을의 옛 담장은 마을 사람들이 주변 남사천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강돌을 이용해 돌과 진흙을 교대로 쌓아 올린 것이다. 높이 2m 가량의 흙담장인데 돌담을 타고 담쟁이넝쿨이 담을 덮고 있어 여름과 가을이면 감탄이 절로 나오는 풍경을 자아낸다.

최씨 고가로 들어서는 ‘ㄱ’ 자 골목 입구 담장에 무성한 담쟁이넝쿨

담쟁이넝쿨에 관한 전설 하나. 옛날에 최가 문중 처녀와 옆집 정가 문중 총각이 있었다. 이들은 서로 좋아했지만 만나지는 못하고 담을 사이에 둔 채 사랑을 속삭였다.?문중이 정혼한 바에 따라 처녀가 다른 곳으로 시집가자 총각이 두고두고 슬퍼했는데, 그 자리에서 담쟁이가 자라나 바람이 불면 담쟁이 잎에서 소리가 났다고 한다. 이것이 총각이 슬퍼하는 울음소리라는 전설이 있다. 여름이 되면 확인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ㄱ’자 골목 중간에 서서 손님을 맞는 회화나무

남사마을 중앙에 자리한 남사리 최씨 고가(문화재 자료 제117호)는 1930년에 지어졌다. 예담촌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목길인 ‘ㄱ’자 골목 중간에는 회화나무가 손님을 맞이한다. 부농이었던 주인이 고가의 사대부 집을 모방해 집안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 화려한 모양새를 갖추었다고 한다. 남녀 사용 공간을 나눠 공간의 독립성을 부여한 배치라고 하는데?’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유교적 전통을 엿볼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사랑채에 들어설 때는 집안의 남자라도 이 담 앞에서 인기척을 내야했다.

 

곰방대가 길어 문을 없앤 계단 위 특이한 화장실.

재미있는 것은 이 집의 화장실은 계단을 사용해 올라가게 돼 있으며 밑으로 물이 흘렀다고 한다. 물고 들어가던 곰방대가 길어서 불편해 화장실 문을 없앴다고 한다. 문이 없으니 자연스레 밖을 보며 명상할 수 있었을 텐데, 겨울에는 어땠을까.

고택 체험을 할 수 있는 이씨 고택

남사예담촌에는 하룻밤 묶으며 체험할 수 있는 고택이 몇 곳 있는데 그 중 정씨 문중의 사양정사와 선명당(010-2079-8119), 이씨 문중의 이씨 고택(010-9188-9984)과 최근 산청군이 문을 연 한옥 펜션 기산재(010-2987-9984)가 있다.

옛 정취가 품어나는 이씨 고택

 

‘ㅁ’자 구조의 이씨 고택

한편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은 지난 8월 창립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연합회(한아연, 회장 최미경)’가 선정하며 예담촌이 그 첫 번째 마을이 됐다.?강원도 삼척의 장호마을 일대가 두 번째, 전남 화순의 야사·양평 마을이 세 번째로 선정된 바 있다.

선정된 이후라도 5년에 한 번씩 심사를 통해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어 선정된 마을은 꾸준한 관리를 통해 발전시켜야 한다.

산청군(군수 이재근)은 남사예담촌(yedam.go2vil.org)에?95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력 간선 지중화사업, 한옥 지붕 개량 작업 등 더욱 아름다운 마을로 가꾸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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