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2003년 노벨상 수상 이란 변호사 시린 에바디···’히잡을 벗고, 나는 평화를 선택했다’

[아시아엔=김혜원 인턴기자] “평화는 매우 근본적인 인간의 지고한 권리로, 평화 없이는 표현의 자유나 정의 같은 그 어떤 권리도 무의미하다.” – 시린 에바디

<히잡을 벗고, 나는 평화를 선택했다>(황금나침반, 2007)은 이슬람 최초의 여성 노벨평화상 수상자(2003년), 시린 에바디의 삶을 다룬다. 시린 에바디는 행동하는 지성인으로서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역사와 맞서 인권수호에 앞장서왔다. 이 책은 그녀의 고독하고도 위대한 투쟁의 역사를 담은 회고록이다. 

시린 에바디는 1947년 남자와 여자를 차별하지 않는 가정에 태어나 독립심 있는 여성으로 성장했다. 테헤란법과대학을 최우수로 졸업하고 23세에 이란 최초의 여성판사가 되었다. 이러한 성취에도 불구하고 1979년 이슬람혁명 후 “여성은 감정적이어서 법집행에 적합하지 않다”는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판사직을 박탈당했다.

“내가 판사직을 박탈당하게 된 결정은 1980년 마지막 날에 있었다. 한 지방법원의 매우 큰 방에서였다. 그것은 회의라기보다는 해고통고에 가까웠다. 숙청위원회 사람들은 나에게 의자도 권하지 않았다. 그중 두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이었고, 한 사람은 불과 1년전까지 내 밑에 있던 후배였다.”(80쪽)

이란혁명은 변질되어 억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고, 뒤이어 발생한 이라크전쟁으로 여성과 아동의 인권이 짓밟혔다. 1992년, 그녀는 약자들의 인권을 수호하는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는다.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그녀는 위험하고 불합리한 문제에 직면했지만, 남성중심 사회에서 소외되는 여성과 아동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고군분투했다.

“서류를 꼼꼼하게 읽어가던 중 이전 페이지들보다 더 자세하고 빠짐없이 설명되어 있는 한 부분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것은 정부관료와 암살전담반의 한 사람이 나눈 대화를 기록한 부분이었다. 그 순간, 그 후 수년 동안 나를 괴롭히게 될 바로 그 문장에 눈길을 멈추고 말았다. 나는 처음에 잘못 읽은 줄 알았다. 하지만 눈을 감았다 다시 떴을 때 똑똑히 보았다. ‘다음 처형할 사람은 시린 에바디.’ 바로 나였다.”(17쪽)

<히잡을 벗고, 나는 평화를 선택했다>는 잔인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여성이 어떻게 평화를 지켜왔는지 생생히 전한다. ‘이란의 행동하는 양심’으로 온몸을 다해 싸워온 시린 에바디. 정부와 검찰이 국민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을 때, 외롭고 용감한 싸움을 멈추지 않은 그녀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녀의 삶을 통해 독자는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되새기며 그 소중함에 머리가 절로 숙여질 것이다.

그는 2009년 8월 만해대상(평화부문)을 수상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당시 그는 이미 5년 이상 딸들이 살고 있는 영국과 미국을 떠돌며 망명 아닌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2017년 여름 ‘국경없는 기자회’ 간부들과 함께 또다시 한국을 찾은 시린 에바디는 “나의 조국 이란에 자유와 민주주의가 어서 찾아오길 바란다. 나처럼 기약없는 망명생활을 하는 이란인들을 기억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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