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 비만·당뇨 등 대사증후군 예방에 효과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한국어에서 ‘밥’은 관용적인 의미로 주식, 식사 등을 나타내기도 하며, 양식의 의미도 있다. 보통 ‘밥’이라고 하면 쌀로 지은 것을 말하며, 보리와 같은 곡식들을 쌀과 섞어 짖는 밥은 보리밥, 잡곡밥 등으로 부른다. 다른 곡물을 섞지 않은 밥에는 쌀밥, 흰쌀밥(백미밥), 흑미밥, 현미밥, 찹쌀밥, 멥쌀밥 등이 있다.
밥 한 그릇(210g)의 열량은 쌀밥 313kcal, 보리밥 312kcal, 현미밥 368kcal, 흑미밥 330kcal, 콩밥 316kcal, 팥밥 309kcal, 오곡밥 320kcal, 찹쌀밥 336kcal 등이다. 쌀은 종류가 다양하지만 기본영양소나 효과는 거의 같다.
다만 백미(白米, well polished rice)보다는 현미(玄米, brown rice)나 발아현미에 쌀눈과 쌀겨부분에 항산화·항암 및 면역력 증가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 현미(쌀겨층)에는 식이섬유와 폴리페놀성분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노화방지·항산화·항암 등 건강관리에 효과가 있다. 현미를 발아시켜서 만든 발아현미는 쌀눈에 이러한 기능성분이 3-5배 정도 많아 건강에 훨씬 좋다.
채소·해물·고기 등을 섞어서 만드는 별미밥에는 송이밥·곤드레밥·밤밥·비지밥·감자밥·굴밥·계란밥·조개밥·콩나물밥·무밥·쑥밥 등이 있다. 밥을 이용한 음식에는 약밥·비빔밥·볶음밥·덮밥·김밥·국밥·헛제삿밥·주먹밥·쌈밥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방금 지은 밥이 제일 맛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방금 지은 밥의 온도는 약 98도이므로 뜨거워서 먹지 못한다. 이때 밥을 주걱으로 뒤섞어주는 이유는 밥솥 내 불필요한 수분을 날려버림과 동시에 밥의 수분 평형을 위해서다. 그리고 밥을 주걱으로 퍼서 밥공기에 옮겨 담아내면 온도가 약 70-80도 정도가 된다.
우리가 음식을 맛볼 때 섭씨 5도 이하면 너무 차고, 70도 이상이면 너무 뜨거워 맛을 느끼기 어렵다. 수프나 죽은 60-70도, 된장국은 62-70도, 설렁탕은 70-75도일 때 제일 맛이 있다고 한다. 밥은 국이나 탕보다는 약간 낮은 온도로 제공되어야 하므로 60도가 적당하다. 60도 정도의 밥과 반찬을 입에 넣고 씹어 먹으면 그 온도가 45-48도까지 내려간다. 초밥의 경우 밥의 온도는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36-37도일 때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
농촌진흥청은 “경기 분당제생병원과 공동 임상시험을 통해 적정량의 쌀밥을 섭취하면 체중이 줄고, 혈당도 안정적인 수치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에 쌀밥을 먹으면 살이 찌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만과 당뇨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의 하루 평균 영양 섭취량을 2000kcal로 보면, 적정 쌀밥 섭취량은 700g(쌀밥 한 공기는 210g, 313kcal)이다.
이번 임상시험에는 건강한 성인 10명과 당뇨 전단계(공복혈당이 140mg/㎗이며 약은 복용하지 않는 사람) 성인 28명이 참여했다. 임상시험은 먼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빵, 흰쌀밥, 현미밥, 발아현미밥 등을 순차적으로 먹고 혈당상승 및 인슐린 농도변화 등을 측정하여 식사에 대한 의학적 효과를 확인했다. 그리고 당뇨전단계환자를 대상으로 시험을 실시하였다.
혈당 수치가 안정적인 건강한 성인에게 쌀밥과 빵을 각각 제공한 다음 4회에 걸쳐 혈당을 측정한 결과 빵이 쌀밥보다 급격한 혈당 변화를 유발했다. 즉 빵을 먹은 뒤에는 최고 혈당이 131.6mg/㎗로 올랐다가 한 시간 후 114.5mg/㎗로 급격히 떨어져 배고픔을 빨리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쌀밥은 최고 135.8mg/㎗에서 최저 130mg/㎗로 완만한 변화를 보였다.
당뇨전단계 그룹에 대해서는 빵, 쌀밥, 발아현미밥을 먹도록 한 뒤 체중과 허리둘레 변화를 측정했다. 임상시험은 처음 4주 동안 빵을 주식으로 먹도록 한 다음 2주는 평상시처럼 식사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쌀밥과 발아현미밥도 마찬가지로 진행됐다. 쌀밥·현미밥·발아현미밥과 밀가루빵과 비교하여 임상연구를 실시한 것은 국내에서 최초이다.
시험 결과 쌀밥을 섭취했을 때는 체중이 평균 800g, 허리둘레가 평균 0.4cm 줄었다. 발아현미를 먹었을 땐 체중은 1.1kg, 허리둘레는 1cm까지 줄었다. 반면 빵은 체중이 500g 감소하는데 그쳤고, 허리둘레는 오히려 1.9cm 늘었다. 이는 아미노산, 식이섬유 등이 풍부한 쌀밥이 비만, 당뇨 등 대사증후군 예방과 건강증진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국내 최초로 밝혀냈다.
하루 세끼 균형 잡힌 식단으로 쌀밥을 정량(성인 1일 700g) 섭취하면 현대인의 대사증후군 유발을 억제하고 예방할 수 있다. 밀가루 빵보다 대사증후군 예방효과가 높고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는 쌀밥을 매 끼니에 적당량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의 몸은 솔직해서 내가 먹는 대로 반응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