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무호흡증·이갈음·기면증 극복하고 ‘꿀잠’ 자는 법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어젯밤 몇 시간 주무셨나요?”
‘꿀잠’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소망이다. 최근 <쉬어도 피곤한 사람들>을 펴낸 이시형 박사(정신건강의학)는 잠들고 난 뒤 첫 90분을 잘 자야 피로가 풀린다고 했다. 이 박사는 이 시간에 잘 자기 위한 방법으로 △잠들기 90분 전 41도의 뜨거운 물로 10분간 목욕하기 △기상(起床) 시각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아침에 햇볕을 쬐며 가볍게 산책하기 △생체리듬을 고려해 20분 낮잠 자기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등을 권장하고 있다.
또 국제수면학회(World Association of Sleep Medicine, WASM)는 연령대별 하루 수면시간을 다음과 같이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영아 14-15시간 △12개월-3세 유아(幼兒) 12-14시간 △3-6세 미취학아동(兒童) 11-13시간 △6-12세 초등학생 10-11시간 △12-18세 청소년 8.5-9.5시간 △18세 이상 성인 7.5시간 등이다.
바람직한 수면(sleep)이란 수면시간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잠을 잘 자느냐가 더 중요하다. 낮 동안 일어난 학습, 경험 등 많은 정보는 우리 뇌 속에 일시적으로 저장된다. 이러한 정보들은 수면이라는 정리 과정을 거치면서 일부는 삭제되고 일부는 장기적으로 보관된다. 뇌에 저장되어 있던 정보들이 새로운 정보들과 연결, 융합되면서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른다. 수면 중 꿈에서 영감을 얻어 훌륭한 발명, 발견, 창작 등을 이룬 사례가 많다.
대한수면학회(大韓睡眠學會)는 ‘수면을 위한 십계명’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규칙적인 수면시간-일요일에 늦잠 자지 않기 △야식(夜食)금지-잠자리에 들기 전 먹고 마시지 않기 △No 카페인-카페인이 들어있는 음식 피하기 △햇빛과 운동-낮에 밝은 태양 아래서 운동하기 △방안 온도-실내는 약간 선선하게 손발은 따뜻하게 △낮잠이 필요하다면-낮잠은 짧게 자기 △No TV-잘 때는 TV 끄기 △나만의 공간에서-나에게 가장 편안한 잠자리 만들기 △릴랙스-수면 전에는 긴장을 풀기 △잠이 안 올 땐-억지로 자지 않기 등이다.
그러면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들에는 어떤 것이 있나 살펴보자.
우선 수면장애(sleep disturbance)란 건강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있음에도 낮 동안에 각성(覺醒)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또는 수면리듬이 흐트러져 있어 잠자거나 깨어 있을 때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말한다.
수면장애는 환자가 보이는 증상에 따라 불면증, 기면증, 하지불안증후군,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등이 있다. 불면증은 밤에 잠들기 힘들거나, 잠은 들지만 자주 깨고, 새벽에 너무 일찍 깨어 수면부족 상태가 되어 낮에 피로감, 졸음, 의욕상실 등을 초래하는 대표적인 수면장애다.
기면증(嗜眠症)은 밤에 6시간 이상 수면을 취함에도 불구하고 낮에 심한 졸음을 호소하는 과다(過多)수면증 중 하나다. 즉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자기 잠에 빠지는 질환이다. 기면증의 진단에는 임상증상이 중요하다. 낮 동안 심한 졸음, 탈력발작(脫力發作, 감정적으로 흥분할 때 힘이 빠지는 것), 입면기(入眠期) 환각(잠이 들려는 순간 환각증세가 생기는 것), 수면마비(睡眠痲?, sleep paralysis)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 기면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기면증 진단을 위해서 1박2일 동안 수면검사실에 머무르면서 야간수면다원검사와 주간검사를 연이어 약 22시간 동안 시행한다. 기면증은 약물로 증상을 조절하여 치료한다.
하지불안증후군(下肢不安症候群)이란 잠들 무렵 다리(특히 종아리 부근)에 느껴지는 불편감으로 잠들기 힘들어 수면부족을 초래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하여 종아리 근육에 전극을 붙이고 운동억제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철분 부족, 특히 페리틴(ferritin)의 혈중 농도가 낮을 경우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혈액검사를 시행한다. 치료는 도파민(dopamine) 효현제를 사용하며, 철분부족이 원인이면 철분제를 공급한다.
코골이(snoring)는 흔한 생리현상으로 성인의 약 40-50%가 잠잘 때 코를 곤다. 코골이는 잠자는 동안 코를 통한 정상적인 호흡을 못하고 입으로 숨을 쉴 때 인두(咽頭) 부위가 좁아져서 이곳을 지나는 공기의 흐름에 의하여 목젖부위가 진동하여 발생하는 소음(騷音)이다. 코고는 소음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기 쉬우며, 만성적인 수면부족으로 근무능률이 떨어지고, 학생들은 학업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
코골이가 있는 사람의 약 75%는 수면 중에 호흡이 멈추는 수면무호흡증(睡眠無呼吸症, sleep apnea)을 동반한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을 자는 동안 기도(氣道)가 좁아져서 떨리거나, 일시적으로 숨이 막혀서 생긴다. 주로 목 안의 뒤쪽 연부(軟部)조직이 부분 또는 완전히 코에서 목으로 연결되는 윗부분인 상기도를 막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럴 경우 충분한 공기가 폐로 들어가지 못해 혈액 속의 산소농도가 떨어진다. 이때 뇌가 반응해 상기도 근육이 수축하고 정상호흡으로 돌아오면서 ‘삑’하는 소기가 난다.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을 멈추는 증상이 시간당 5회 이상 또는 7시간 동안 30회 이상이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한다. 하룻밤에 30회 이상 무호흡증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체내 산소 공급이 어렵게 된다. 또한 낮 동안 피로감, 무기력감, 기억력 저하, 우울감 등을 유발한다. 수면 무호흡은 부정맥, 고혈압, 허혈성 심장질환, 폐질환 등을 악화시키거나 유발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동반하여 나타날 때 코골이를 치료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치료하여야 완전히 치료가 되는 것이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수면 중에 양압기 장치를 이용하여 기도가 막히는 것을 막아주는 상기도 양압술 치료를 시행한다. 증상이 중간 정도이면 치아에 마우스피스와 유사한 것을 끼고 자도록 하여 아래턱이 앞으로 조금 나오면서 혀 뒤의 공간을 만들어 준다. 수면무호흡증 수술 부위는 설근부, 연구개, 코 등 세 가지로 나누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시행한다.
이갈음(bruxism)이란 잠을 자는 중에 이를 갈거나, 악물어 이때 생기는 자극과 통증으로 수면이 방해받는 것을 말한다. 이갈음은 아동의 14-17%가 증상을 나타낼 정도로 흔하며, 나이가 들면서 줄어 성인이 되면 8% 정도로 준다. 이갈음 소음으로 인해 주변사람들의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며, 자신의 치아가 빨리 닳게 되고 치통(齒痛), 턱 주위 통증과 두통이 나타날 수 있다.
이갈음은 아래위 치아들이 수평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마찰을 일으키는데, 치아는 구조상 수직방향의 힘에는 강하지만 수평방향의 힘에는 매우 약하므로 치아가 심하게 손상된다. 치아 손상을 막기 위해 치과에서 치아보호기구(mouth guard)를 제작해서 착용하고 자기도 한다. 이갈음은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한 불안과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잠꼬대(somniloquilism)란 잠을 자면서 무의식으로 중얼거리는 헛소리(sleep-talking)를 말한다. 심로(心勞)나 의식적, 무의식적인 심적 갈등이 있을 때에 일어나기 쉽다. 잠꼬대는 여러 번 일어날 수 있으며, 내용은 이해 가능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잠꼬대가 너무 크고 잦아서 함께 자는 사람의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잠꼬대는 흔한 증상으로 어린이들 가운데 절반 정도가 겪으며, 성인의 약 4%가 잠꼬대를 한다. 수면의학에서 잠꼬대 자체를 질환으로 보지 않으므로 잠꼬대만 나타나는 경우에는 치료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잠꼬대가 렘수면행동장애, 야간간질발작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에는 해당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