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회담 앞둔 문재인·김정은 남북정상께 드리는 세가지 당부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우리는 정말 원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오는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한 때 남북은 서로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로 지내왔다. 오랜 기간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삿대질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남북의 정상이 한 자리에 앉는 날이 코앞에 닥친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 ‘은시장’(恩始章)에 “덕으로 원수를 갚는다”(報怨以德)라는 구절이 있다. 마치 “원수를 사랑하라”라는 예수의 말씀처럼 원수를 덕으로 갚으라는 뜻이다.
누군가 공자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老子)이 원한을 덕으로 갚아야 한다고 했는데 어떻습니까?” 그러자 공자는 “무엇으로 은혜로운 덕을 갚을 것인가? 곧고 정직함으로 원한을 갚고, 덕은 덕으로써 갚아야 한다”(何以報德 以直報怨 以德報德)고 답했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럼 링컨에게는 에드윈 스탠턴이라는 정적이 있었다. 젊은 시절 링컨이 대통령이 되기 전 변호사를 하고 있었을 때, 링컨을 ‘애송이’ ‘시골뜨기’라고 모욕하는 언사를 일삼던 사람이다. 그 역시 유명한 변호사였다.
링컨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을 때에도 반대당(민주당)에 소속된 사람이자, 그 당시 법무장관으로 정적 가운데서도 그를 가장 비난하는 이도 스탠턴이었다. 스탠턴은 성품이 아주 강직하며, 또한 독설로 아주 유명했다. 그는 대놓고 링컨을 비난하며 아주 심한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선거기간 동안 미국 전역을 다니며 링컨을 헐뜯고, 그의 이름조차 부르지 않으며, “깡마르고 무식한 자”라고 놀려댔다. 심지어 스탠턴은 인신공격적인 발언도 해댔다. “여러분! 링컨의 얼굴을 한 번 보십시오. 그 얼굴이 도대체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될 얼굴입니까? 저는 고릴라를 잡기 위해서는 아프리카로 가야만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링컨의 고향에 가면 얼마든지 고릴라를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스탠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링컨은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이때도 스탠턴은 “링컨이 대통령이 된 것은 국가적 재난”이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이런 스탠턴과는 달리 링컨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차기 행정부를 조직하면서 놀랍게도 자신을 그토록 비난했던 스탠턴을 전쟁장관(현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참모들이 스탠턴의 등용에 재고를 건의하자 링컨은 “나를 수백 번 무시한들 어떻습니까? 그는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으로 국방부 장관을 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래도 스탠턴은 당신의 원수가 아닙니까? 원수를 없애 버려야지요!” 참모들의 이런 말에 링컨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원수는 마음속에서 없애 버려야지요! 그러나 그것은 ‘원수를 사랑으로 녹여 친구로 만들라’는 말입니다. 예수님도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과거 자기를 비난했던 스탠턴의 모든 잘못들을 깨끗하게 용서해 주었으며, 자질을 높이 평가해서 국방장관에 임명했던 것이다. 스탠턴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링컨을 잘 도와 남북전쟁에서 승리했으며 훌륭한 업적을 많이 남겼다.
1865년 4월, 링컨이 암살을 당했을 때 제일 슬퍼했던 사람이 바로 스탠턴이었다. 그는 링컨의 시신 앞에서 유명한 말을 했다. “여기에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통치자가 누워 있습니다. 이제 그의 마음은 인류 역사상 영원히 기념되어질 것입니다.”
스탠턴은 며칠 동안 지칠 줄 모르고 수도를 방어하고 음모자들을 체포하려고 노력하면서도 걷잡을 수 없이 슬퍼했고, 누군가 링컨의 이름을 꺼내기만 해도 주저앉아 통곡했다. 링컨을 보내면서 자원해서 조사를 맡은 사람도 역시 스탠턴이었다. 그는 울먹이며 이렇게 조사(弔辭)를 낭독했다.
“링컨은 역사적인 인물입니다. 링컨의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었습니다. 그는 이 시대의 위대한 창조자입니다.”
원수같이 지내던 남북의 정상이 만나 구원(舊怨)을 풀고 상생(相生)으로 다가서고 있다. 두 지도자가 마음을 열고 덕으로 감싸 안아 우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의 문을 활짝 열면 좋겠다.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두 지도자가 갖추어야할 마음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자.
첫째, 해원과 상생의 마음을 갖는 것이다. 먼저 남북에 쌓인 아픔에 대해 해원(解寃)과 상생(相生)의 기운이 돌아야 한다.
둘째, 서로 줄 수 있는 것부터 주어야 한다. 지금 북한 주민들은 기아에 허덕이는데 우리는 쌀이 썩어 동물의 사료로 준다. 왜 이 썩어나가는 쌀을 썩기 전에 북한 주민들에게 주지 못하는 것일까?
셋째, 서로 믿어야 한다. 두 지도자는 역사적인 대업을 성취하려는 찰나에 와 있다. 그 대업을 성취하는 데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다.
이번 회담에 두 분이 덕으로써 임하고, 모든 것을 화(和)와 유(柔)로써 해결하면, 능히 강(剛)을 이길 수 있고 촉(觸)없이 남북화해와 통일의 문을 열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