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건강①] 올 겨울 독감환자 유난히 많은 까닭?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1918~1919년 사이에 크게 유행한 스페인독감(Spanish flu)으로 전 세계에서 5000만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수보다 3배나 많은 숫자다.

흑사병(黑死病, Plague)이라고도 불리는 페스트(Paste)가 14세기 유럽 전역을 휩쓸었을 때보다도 훨씬 많은 사망자가 발생해 지금까지도 인류 최대 재앙으로 불린다. 스페인독감을 계기로 독감예방 접종문화가 시작되었다.

스페인독감이 처음 보고된 것은 1918년 초여름으로 당시 프랑스에 주둔하던 미국 병영에서 독감환자가 나타나기 시작하여 8월 첫 사망자가 나오고, 이때부터 급속하게 번지면서 치명적인 독감으로 발전하였다. 곧이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미군들이 귀환하면서 미국에까지 확산되어 총 5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1919년 봄에는 영국에서 15만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오년(戊午年, 1918년) 독감이라고 부르며, 14만명이 희생되었다.

스페인독감은 감기에 걸린 듯한 증상을 보이다가 폐렴으로 발전하는가 싶더니 환자의 피부에서 산소가 빠져나가면서 보랏빛으로 변해 사망했다. 스페인이 독감 병원체의 발원지는 아니지만, 제1차 세계대전 연합국은 이를 ‘스페인독감’으로 불렀다.

그 이유는 스페인이 참전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시 보도 검열이 이뤄지지 않아 스페인의 언론에서 독감 사태가 깊이 있게 다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올겨울 지구촌 전체가 독감(毒感, influenza)으로 끙끙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유럽, 북미, 동아시아 지역을 위시하여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까지 독감(인플루엔자)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1918년 발생하여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독감’과 1968년 발생하여 100만명이 숨진 ‘홍콩독감’이 유행한 지 각각 100년과 50년이 되는 해여서 독감 확산을 심상치 않게 보는 시각이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 감염병연구센터 마이클 오스터홈 소장은 스페인독감이 창궐한 100년 전에 비해 인류와 가축과 가금류 숫자가 4배나 늘었고, 지구촌 곳곳을 쉽게 이동할 수 있으므로 독감이 퍼질 위험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올해 전 세계에 독감환자가 급증한 주요 원인으로 예년과 다른 독감 바이러스 패턴을 꼽고 있다. 또한 미국 질병관리센터(CDC)는 이번 겨울 인플루엔자 백신 예방효과는 10% 수준에 그칠 것이고 전망했다. 예년 평균이 45-5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백신 효과를 거의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세계보건기구가 올해 유행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예측에 실패한 것이 원인이다.

WHO는 북반구에서 B형 ‘빅토리아 독감’이 유행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A형 H3N2와 B형 ‘야마가타 독감’이 유행했다.

홍역, B형간염 등은 1-3번 예방접종으로 효과가 평생 지속되지만 독감을 예방하려면 매년 백신을 맞아야 한다. 이유는 독감 바이러스는 변이가 잘 되는 RNA형 바이러스에 속하기 때문이다. RNA형에 속하는 독감 바이러스는 유전자 변형이 계속 일어나 종류가 200개가 넘으며, 매년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도 조금씩 달라 백신에 들어있는 항원도 매년 바뀐다. 독감 예방 효과는 건강한 사람도 1년 정도 유지된다.

올해는 다른 유형보다 변종(變種) 출현 가능성이 높은 A형 중 ‘H3N2’ 독감이 이례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H3N2’ 독감은 지난해 7월 호주에서 집단 발병한 뒤 최근에는 영국과 북미 지역에서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지난 연말과 성탄절을 맞아 가족친지 방문 또는 휴가를 보내려고 호주와 영국, 미국, 캐나다 사이를 오간 비행기 승객 등을 통해 전염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독감 사망자가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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