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 은영아 내 연주소리 듣고 있지?”
클라리넷 이승권 2년전 숨진 동생 이은영 추모 독주회···8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오늘 아침까지 그의 이름을 몰랐다. 말을 붙여본 적도 물론 없었다. 다만 아침 6시27분께가 되면 어김없이 낮고 은은한 선율이 베이직교회 예배실에 퍼져나가는 걸 매일 느낄 뿐이었다.
오늘 아침 예배가 파할 무렵 설교를 마친 조정민 목사가 말했다. “8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에서 이승권 형제 클라리넷 연주회가 있습니다. 2년 전 여동생을 잃고 그녀를 생각하며 여는 것이랍니다.”
그와 마주쳤다. 가까이선 처음이었다. “혹시 클라리넷 연주회하시는 분?” “네 맞습니다. 그날 오세요.”
초대권 두장과 팜플렛을 내게 주었다. 이승권 클라리넷 독주회 ‘Mittagskonzert zum Geburtstag’(생일날 정오의 콘서트)를 여는 그는 이렇게 소개돼 있다.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석사)?독일 쾰른국립음대(Standort Wuppertal)에서 최고연주자과정(KE) 졸업. 서경대 음악대학원 지휘과 수료. 아스펜 뮤직페스티벌?참가. 코리안심포니,?서울대 음대 오케스트라,?쾰른 국립음대 오케스트라, 세바스토폴 심포니오케스트라 등과 협연. 디트로이트 시빅 오케스트라 수석단원, 필하모니 단원 등 오케스트라 활동에 열정적 참여. 현재 예원학교,?서울예고,?선화예중·고,?부산예고,?연세대 출강. 목관 앙상블?‘나루’ 멤버로?2013년?5월?KBS?클래식 오디세이에 초청. 앙상블?SDG?멤버로 활동.
그를 소개하는 마지막 대목이 눈에 띈다. “현재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레퍼토리로 관객과의 만남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승권의 독주회엔 지휘·작곡 박정규(한국예술종합학교 출강), 클라리넷 손향미, 악장 민유경이 각각 맡는다. 연주곡 가운데 박정규의 ‘Lament for 2 Clarinets &Strings’은 이번이 세계적으로 초연이라고 한다.
소프라노였던 동생 이은영은 2년 전 세남매를 두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연주회가 열리는 날은 그녀의 생일이다. 이승권을 대신해 이날 지휘와 작곡을 하는 박정규의 말이다.
“매우 짧았지만 긴 여운을 남긴 고인과의 만남을 기억한다.?육신의 고통 가운데에서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녀의 모습을 생각하며 슬픔의 노래를 뜻하는 Lament라는 틀에 담아 그녀의 미소를 다시 한번 기억하고 싶다.?마지막 이별할 때 고인의 읊조리던 찬양 곡조가 오늘도 새롭게 다가온다. ‘···그 은혜가 내게 족하네.?그 은혜가 족하네.?이 괴론 세상 나 지날 때 그 은혜가 족하네’···”
동생을 회상할 수 있는 값진 작품을 선물받은 이승권은 “청중과 자유로이 소통하는 음악을 선사하는 게 내 음악의 비전이다. 이번 무대를 통해 음악과 클라리넷의 아름다움을 담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예인예술기획이 주최하고 서울대 음대동문회가 후원을 맡았다. 입장권은?전석?3만원. 문의 예인예술기획(02-586-0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