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참사] 미국사회 총기 규제 왜 그토록 어렵나?

[아시아엔=차민수 드라마 ‘올인’ 실제주인공, 강원관광대 명예교수, <블랙잭 이길 수 있다> 저자] 라스베이거스 무차별 총격사건을 두고 미국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사회의 총기규제 문제와 범인 스티브 패덕과 같은 부류, 즉 흔히 말하는 미국 백인 보수층에 대해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얘기도 제기되고 있다. 또 사건 발생 닷새가 지나도록 범행동기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범인이 사망한 까닭에 영원히 동기 미제사건이 될 우려도 없지 않다. 하나씩 짚어보자.

먼저 총기규제부터 보자. 이 문제는 미국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 가운데 하나다. 특히 이번처럼 총기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빠지지 않고 핫 이슈가 된다. 하지만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무지막지한 총기사용 범인에 맞서기 위해 총기휴대가 필요하다”는 공화당의 논리가 상당 부분 어필하는 측면도 있다.

여기에 총기협회(NRA, National Rifle Association)이라는 미국 최강의 이익단체도 버티고 있다. 선거 때마다 총기규제를 못하도록 NRA는 거액을 기부하고 있다. 물론 선거가 없을 때도 자신들과 뜻을 같이 하는 많은 의원들을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는 총기규제에 찬성하는 의원이 많지만 법령이 통과되기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총기에 아무런 상식이 없는 사람도 세미(반)자동소총에 간단한 보조장치만 부착하면 자동기관단총이 된다는 사실을 안다. 이러한 보조장치는 인터넷 총기 액서사리 구매창구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더 큰문제가 아닐 수 없다. 범인 스티브 패덕이 사용한 12정의 자동소총은 이런 보조장치로 1분에 700발에서 900발까지 발사할 수 있게 기관단총으로 개조한 것이다.

NRA의 전폭적인 지지로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은 이번에도 “지금은 피해자와 가족들을 위로하고 온국민이 단합할 때다. 사건이 진정되면 총기규제 문제를 논의하자”고 선을 긋고 있다.

별명을 지어 부르기 좋아하는 트럼프는 범인에 대해 “Sick Man!” 즉 “미친 사람”이란 표현을 써가며 ‘개인에 의한 사건’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작년 대통령선거에서 선대위원장을 맡아 트럼프를 당선 시킨 일등공신 스티브 배넌은 파워 게임에서 트럼프 장녀 이방카의 남편인 사위 재러드 쿠슈너에게 밀려났다. 배넌은 “이 사건을 계기로 총기규제를 반대하면 트럼프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범인은 캘리포니아, 유타, 아리조나, 네바다 등에서 총기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주마다 총기 구입, 소지 등이 다르다. 이번 기회에 주정부 차원의 개선이 어떤 식으로든 이뤄질 전망이다.

총기규제와 관련해 공화당과 트럼프의 백악관에 맞서 민주당이 여론을 업고 어떻게 공세를 펴갈 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번 사건과 백인보수층을 결부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본래 이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며 미국사회의 근간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트럼프 지지자 가운데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트럼프는 보수성향의 저소득층과 농촌, 그리고 러시아 푸틴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번 사건 피해자 대부분은 백인이다. 사건 현장인 컨트리음악 공연장 관람객 대부분이 백인이었기 때문이다. 컨트리음악은 본래 백인이 더 좋아하는 경향이 많다. 국내 의정부 미군부대 예배당 등 미국에선 예배도 흑·백인이 다른 시간에 드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을 인종차별로 보면 곤란하다. 단지 음악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범인도 백인이다. 백인이 백인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한 결과가 됐다. 만약 흑인이 범인이었다면 인종문제로까지 번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행이다.

결국 이 사건을 보수층의 문제로 보는 것은 본질만 흐릴 뿐이다.

다음은 범행동기 부분이다. 대표적인 중산층으로 누구보다 사회적인 혜택을 많이 누린 그가 왜 이처럼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는지 알 수 없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그는 47정의 총기와 7천발의 총탄을 준비하고 범행을 장기적으로 기획했다. 이것만 보면 사이코패스가 분명하다. 또 올해 62세 된 필리핀 출신으로 카지노에서 일한 바 있는 여자친구에게 10만 달러를 송금하고 필리핀으로 여행을 보냈다. 이런 점 때문에 그를 사이코패스로 단정하기 어렵다. 사이코패스는 남을 배려하는 자비심이 좀처럼 없다. 수만 관중을 대상으로 무차별 총격을 가한 사이코패스에게 어떻게 그런 온정이 남아 있을까 하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는 무차별 총격 후 자살을 택했다. 이번 사건의 범행동기를 밝히기 위하여 수사기관들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쉬워 보이지 않는다. 남은 것은 부족할 것 없는 은퇴 회계사인 그가 범행기록 즉 전과가 전혀 없는 사람이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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