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제’ 실시로 ‘N포세대’에게 태양은 다시 떠오를 수 있을까?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한때 젊은이들 사이에 ‘N포세대’라는 말이 유행했다. N가지의 것들을 포기한 세대를 뜻했다. 2010년대 기준으로 청년실업 등의 문제에 시달리는 20, 30대 한국 젊은이들의 암울한 현실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암울한 용어다.
처음에 나온 건 ‘삼포세대’였다. 삼포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란 뜻이었다. 20대에서 30대에 이르기까지 젊은층이 좀처럼 연애를 안 하려 들고, 연애를 하더라도 결혼을 꺼리며,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포기하는 사회적인 현상을 말했다.
여기에 취업과 내집 마련까지 포기하는 경우를 ‘오포세대’로 부르더니, 이후로는 인간관계 포기와 희망도 포기했다 하여 ‘칠포세대’로 불렀다. 그러던 것이 어느덧 건강, 외모관리까지 포함해서 ‘구포세대’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꿈도 희망도 없는 삶에 비관하여 목숨까지 포기한다고 해서 ‘십포세대’ 혹은 ‘완포세대’나 ‘전포세대’ 등으로 발전하였다. 그래서 이를 하나하나 부르기엔 어차피 공통선상에 있는 용어들이기에 언론 등에서는 ‘N포세대’로 통칭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시대에 ‘수저계급론’이라는 것도 생겼다. ‘다이아 수저’부터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심지어 맨손까지 생겼다. 청년들의 현실이 얼마나 암울하면 이런 용어들이 줄지어 나오겠는가? 그런데 이런 사회현상이 비단 현재 20~40대만의 문제가 아닌데 있다. 현재 10대들과 앞으로 태어날 세대들도 겪을 족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암울한 족쇄에서 풀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외칠 수 있을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얼마 뒤 ‘블라인드 채용제’ 시행을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명문대 출신이나 일반대 출신이나, 서울에 있는 대학 출신이나, 지방대 출신이나 똑같은 조건 똑같은 출발선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당장 이번 하반기부터 시행했으면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적어도 올 하반기부터 공무원과 공공부문 채용 시,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할 것을 주문했다.
채용 계절을 앞두고 스펙 없는 이력서, 블라인드 채용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블라인드 채용 공약의 핵심은 이력서에 학력·출신지·신체조건 같은 차별적 요인들을 기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채용과정에서 심사위원에게 첫인상을 주는 이력서가, 개인의 역량이나 인성과 무관한 내용 위주로 돼있다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한다. 문 대통령은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지역인재 육성’ 또한 주문했다.
혁신도시 사업에 따라 지역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신규채용 때 지역인재를 적어도 30% 이상 채용하는 할당제를 운영하는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는 민간기업들에도 ‘블라인드 채용’을 권장할 뜻도 내비쳤다. 블라인드 채용이 법제화가 되지 않아 채용방식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과거 사례를 통해 효과가 많이 입증됐다.
‘블라인드 채용’이 시작되면 대한민국 사회가 스펙 경쟁에서 벗어나 진정한 인재를 뽑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목소리가 크다. 같은 출발선에서 오로지 실력으로만 경쟁하게 되는 ‘블라인드 채용’과 관련한 법률개정안이 통과·시행될 경우 ‘N포세대’라는 자조 섞인 말은 더 이상 자취를 감추면 좋겠다.
헤밍웨이의 장편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상징하는 ‘길 잃은 세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제 우리 청년들에게 태양을 다시 떠올라 혼란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어서 찾아 방황을 멈추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