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이 기사] 한국비폭력대화센터에 거는 ‘사회 치유’ 기대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1주일 사이에 네 명의 노동자와 시민운동가가 스스로 삶을 접고 먼저 하늘로 떠났다. 그들은 왜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회사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에 대한 스트레스와 극심한 생활고, 그리고 이런 고통이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정치?사회적 절망 탓이었다.
왜냐하면 회사에서 노조 측에 제기한 손해배상액수 “158억을 죽어서도 기억한다”거나 “죽는 것보다 맘이 더 아픕니다” 그리고 “박근혜가 대통령 되고 5년을 또…”라는 유서 문구에서 먼저 떠난 노동자의 마음을 우리는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죽는 것보다 맘이 더 아픈 현실의 생활고. 쥐꼬리 월급 받아 갚아야 할 천문학적 손해배상액. 선거를 통해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걸었던 기대마저 깡그리 무너진 쓰라린 패배감. 이런 것들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올해에는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있었다. 선거 과정에서 서로 상대를 공격한 근거 없는 말들이 난무했다. 이런 말들은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 특히 갈등이 심할수록 말은 거칠어져 폭력이 되고 상대의 감정을 다치게 해 서로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한 언론사는 우리 사회를 비춰주는 ‘2012 올해의 단어’로 ‘치유’를 선정했다. 대기업의 확장에 맞서 매일 사투를 벌이는 골목 자영업자, 취업?결혼?집을 포기한 삼포시대 청년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1위의 자살률과 3위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 회사 측이 노조에 요구한 천문학적 손해배상금, 계속 늘고 있는 우울증 환자와 속출하는 사회 낙오자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 사회에 올해는 ‘치유’를 원하는 이가 넘쳐난 한 해였고, 시민들은 외부를 바꾸는 대신 내부를 바꾸기로 마음먹어 ‘마음 치유’ 바람이 불었다고 풀이했다.
자기 외부(사회)는 그대로 놔두고 시민들이 자신의 내부만 치유하면 모두 잘 치유되는 걸까? 인간이란 홀로 떨어져 살 수 없는 존재이니 서로 소통하며 어울릴 수밖에 없는 것인데도….
자신의 요구는 정확히 표현하면서도 상대의 마음을 배려하여 갈등을 줄이고 서로 관계를 돈독히 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미국의 비폭력대화센터(CNVC)로부터 한국인 최초 국제인증지도사로 인정받은 3명이 ‘한국비폭력대화센터’에서 새해부터 활발한 사회 치유 활동을 벌인다고 한다. 이 소식을 한겨레는 12월 26일자 12면 머리기사로 올렸다.
한국비폭력대화센터는 회사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제주 강정마을 사람들의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고, 또 대통령 선거 이후 표면화된 세대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급가속으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갈등이 올해 두 차례의 선거를 치르면서 상처는 더욱 깊이 파이고 악화되고 있다. 약자인 노동자들은 절망하여 먼저 하늘로 떠나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렇게 노동자에게 희망이 없는 사회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한국비폭력대화센터의 활동이 한국 사회의 대화수준을 한 차원 높여서 노동자들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생활고에 짓눌려 삶을 포기하는 일이 없기를, 또 그 동안의 고통을 치유받아 희망을 얘기하며 우리 사회의 토대가 굳건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