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자 최재천 교수가 말하는 제인 구달 박사 “인간과 자연에 가장 큰 공헌한 인류의 스승”
제인 구달 박사는 세계적인 침팬지 학자이자 환경운동가로 유명합니다. ‘곰베의 야생 침팬지 연구’로 인류사에 길이 남을 성취를 남기고 환경운동에 매진해온 구달 박사는 오는 8월 10일 수제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함께 사제지간 최초의 대담을 진행하고, 12일 2017 만해대상(실천부문)을 수상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합니다. <아시아엔>은 두 석학의 대담에 앞서 최재천 교수가 보내온 기고문을 게재합니다. 아울러 8월 10일(목) 오후 3시 국회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제인과 재천의 에코 토크’(관련기사: http://kor.theasian.asia/archives/180940)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아시아엔=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국립생태원장 역임] 세계적인 침팬지 학자이자 환경 및 동물권 운동가 제인 구달은 1934년 4월 3일 영국 런던에서 출생했다. 어린 시절부터 동물과 아프리카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열정을 가졌던 구달은 우연한 기회에 저명한 인류학자인 루이스 리키와 만나 침팬지 연구를 제안 받았다. 그리고 1960년 7월 14일, 26세의 젊은 나이에 탄자니아의 탕가니카 호수 인근에 첫발을 내디디며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이뤄진 야생 영장류 연구인 ‘곰베의 야생 침팬지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과학계에서는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적 유사성은 물론 행동학적, 사회생물학적 관점에서도 침팬지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거의 알려진 바 않았다. 구달은 이를 탐구하기 위해 침팬지 사회에 직접 들어가 하나의 일원으로서 관찰하는 연구 방법을 최초로 시도했다. 아울러 침팬지에게 번호를 부여하고 관찰하던 관행을 깨고 이름을 붙여 연구함으로써 동물에게도 감정과 개성이 있음을 천명한 혁신적인 연구를 감행했다. 이를 통해 구달은 침팬지의 도구 사용, 문화 전수, 사회 관계 등 과학사에 길이 남는 연구 결과들을 발표했다. 침팬지의 도구 사용 사실이 밝혀지자 루이스 리키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제 우리는 도구를 재정의하거나, 인간을 재정의하거나, 침팬지를 인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후 1977년 구달은 ‘제인구달연구소’를 창립해 침팬지 보전과 자연보호 활동에 앞장섰다. 또한1991년 탄자니아의 지역 주민들과 함께 곰베 숲을 보전하기 위해 만든 작은 모임이 현재는 전 세계 140여 개국에 걸쳐 8000개 이상의 그룹에서 활발히 펼쳐지고 있는 글로벌 환경운동 네트워크 ‘뿌리와 새싹’(Roots and Shoots)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뿌리와 새싹’은 기존의 환경운동과 달리 주로 청소년들이 자기 지역사회, 자연 환경, 그리고 동물의 보전과 복지를 위해 스스로 할 일을 찾고 실천하는 운동이다. 한국에도 수십 개의 그룹이 활동하고 있고 심지어 북한에도 두 개의 ‘뿌리와 새싹’ 모임이 만들어졌다.
팔순의 나이에도 구달은 1년에 300일 이상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지구와 환경을 위한 적극적 실천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수백 회의 강연을 하고 있다. 구달은 또한 2002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으로부터 ‘유엔 평화의 대사’로 임명되어 활동하고 있다. 2013년에는 필자와 함께 ‘생명다양성재단’(The Biodiversity Foundation)을 설립해 생명 사랑의 정신을 널리 알리고 있다.
생명다양성재단이 설립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하던 ‘제돌이’를 제주 바다로 돌려보낸 일이다. 당시 제돌이와 함께 방류된 돌고래 다섯 마리 모두 잘 적응해 살고 있으며, 특히 삼팔이와 춘삼이는 세계 최초로 야생에서 새끼를 낳아 가족을 꾸리고 사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생명다양성재단은 ‘뿌리와 새싹’의 한국 지부 역할도 하며 구달의 방한 때마다 행사 일정을 총괄하고 있다.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고 평생을 환경보호를 위해 헌신한 제인 구달 박사는 인류사를 통틀어 인간과 자연에 대한 이해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류의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