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의 범죄 뒷담화] ‘은행강도’의 어제와 오늘

[아시아엔=김중겸 전 경찰청 수사국장] 은행강도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거기 가면 돈이 있으니까 그렇다. 대여금고는? 마찬가지다. 돈 되는 거 많기 때문이다.?<사진은 은행강도를 소재로 다룬 영화 ‘바르게 살자’의 한 장면>

강도와 절도, 유구한 역사 자랑하는 전통범죄다. 털려도 밝히기 곤란한 불법재산도 많고 신고를 꺼리는 탓이다.

금고보다 안전한 곳은? 우리나라 어떤 사업가는 컨테이너를 빌려 은닉했다. 누가 거기에 현찰과 보석 있다고 생각하겠나?

어떤 공무원은 항아리 속에 숨긴다. 그건 도둑이 다 뒤진다.

허버트 윌슨은 캐나다인으로 원래는 목사였다. 금고 전문 절도 한 길만 걸었다. 외골수 프로다. 털기 전에 먼저 금고 제작공장에 취직한다. 첫 단계 용접기술부터 배웠다. 전 공정을 익혔다. 이어 시중제품을 조사하고 팸플릿을 수집해 숙독했다. 몇대를 구입해 스스로 금고 열기 실습도 실시했다.

그런 다음 당대 최고의 기술자를 모았다. 이름 난 전과자도 불렀다. 팀을 구성해 영업을 개시했다. 한번 털이에 10만 달러로는 적자다. 큰 물건만 손댔다. 총수입은 1500만 달러에 이른다.

윌슨은 배당금의 일부를 가난한 교회에 보내곤 했다. 그래도 잡혀 20년 복역했다.

금고털이는 위험한 작업이다. 금고 파괴에 니트로글리세린을 썼다. 업계 용어로는 스프라고 한다. 휘발성이 높았다. 작업하다가 하늘로 날러가기도 하고 폭발음도 컸다.

소리 줄이려고 햄을 몇 겹 둘렀다. 범행장소 일대에 비오듯 쏟아져 내렸다. 동네 개와 고양이가 횡재했다.

페르시아 융단으로 감싸기도 했다. 수천달러 짜리다. 단돈 20달러만 들어있었다.

금고, 영어로는 safe 또는 strong box다. safe(안전) 보장하려는 메이커(maker)와 약점(weak point)를 탐색한다. safe 파괴하려는 breaker와의 대결이다. 방어 대 파괴. 금고털이범은 boxman 혹은 box-worker다. 베드로 이름을 따 peterman이라 불리기도 한다.

니트로글리세린 최초 사용자 John Yegg를 기념해 yeggman이라고도 한다. 도둑들도 기념할 건 다 기념하고 행사 치르며 산다.

신제품 출하되면 재주 겨루기에 나선다. 드릴과 폭약은 기본, 대포까지도 등장시켰다. 금고장인에게 일거리 준 셈이다. 막는 방법을 고안하라.

금고털이는 기득권 세력의 강철 속 은밀한 부와 그 안의 비밀에 대한 도전이다. 주인과 얼굴 맞대지 않고 수행한다. 두뇌와 기술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혼자서는 불가능해 두목을 중심으로 뭉친 집단이 해낸다.

1976년 프랑스 리비에라 해안 휴양지의 니스 은행에서 1천만 달러를 빼돌렸다. 은행금고털이 최대기록이다.

조직원 열다섯이 두 달에 걸쳐 9m 길이 땅굴을 팠다. 융단까지 깔고 침입했다. 바닷가에 텐트 치고 먹고 마시고 작업하고 철수하며 남긴 메시지는 이랬다. “무기와 폭력 없이 가져간다. 우리는 점잖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메르세데스와 아우디 타고 사라졌다. 보석 훔치는 녀석들이 즐겨 타는 자동차다. 벤츠도 선호한다. 일본 야쿠자 전용차도 벤츠가 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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